SK, 속도 내는 친환경 신사업 투자...부메랑 우려

입력 2022-03-10 09:31
이 기사는 03월 10일 09: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 E&S와 SK에코플랜트 등 SK그룹에서 친환경 신사업 투자에 앞장서는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위태롭다. 신사업이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투자 속도가 과도하게 빠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엔 시장금리가 급상승하고 있어, 부채를 동원한 사업확장과 인수합병(M&A) 등이 승자의 저주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로 번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모펀드(PEF)의 자금이 나중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 '급발진' SK E&SSK그룹의 에너지 기업 SK E&S는 지난 8일 미국 법인 'SK E&S 아메리카스'에 4억달러(약 4천900억원)를 출자했다. 같은날 수소사업 자회사 아이지이(IGE)에는 1000억원 회사채에 보증을 선다고 공시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SK E&S의 공격적인 자본지출이 우려된다'며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지 불과 4일만이다. 부정적 전망이란 SK E&S가 향후 24개월 이내에 현재 BBB-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도시가스공급, 발전사업이 주력이었던 SK E&S는 최근 '글로벌 메이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 기업인 키캡쳐에너지의 지분 95% 인수한 데 이어 레브리뉴어블스 투자, 스마트 주차관제 솔루션 기업인 파킹 클라우드 지분 47%를 사들이는 등 다수의 투자를 진행중이다.

단기간에 돈을 많이 쓰면서 재무 건전성에 이상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S&P에 따르면 SK E&S가 추진중인 여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 호주 LNG프로젝트 등을 비롯해 신규 지분인수 관련 총지출 규모는 예상치인 2조5000억원을 넘어 3조3000억원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미국 사모펀드 KKR에게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주고 2조4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수혈받았으나 재무 개선은 기대에 못미칠 전망이다. SK E&S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04%에 달한다.

추가적인 자금 투입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P는 "올해와 내년 자본적 지출 규모가 1조1000억~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4000억~5000억원 정도의 자산매각을 실시해도 부채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SK E&S의 부채 규모는 2021년 7조4000억 원에서 2022~2023년에는 최대 8조7000억 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S&P는 추정했다. SK에코플랜트, 끝없이 폐기물 사업 확대 SK에코플랜트의 친환경 기업 인수합병(M&A) 속도 역시 만만치 않다. SK에코플랜트는 작년 11월 3426억원 규모 해상풍력 구조물업체 삼강엠앤티 지분을 매입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 싱가포르의 전자·전기 폐기물 재활용업체 테스(TES-Envirocorp Pte. Ltd.) 지분 100%를 약 1조2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사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대형 폐기물 처리업체를 잇따라 인수했다.

SK에코플랜트의 재무구조는 좋지 않다.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339.9%에 이른다. SK에코플랜트는 플랜트 사업부문을 4500억원 가량에 PEF 운용사에 매각하는 등 자금을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추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프리IPO를 통해 6000억원 확충도 추진중이다. 이번 테스 인수에 재무적 투자자로 IMM PE 등을 끌어들이는 등 전방위로 자금을 모으고 있지만 지출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 등 SK그룹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과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사업의 수익이 본격화하기 위해선 추가 투자와 금융비용 등 지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에코플랜트의 테스 인수 발표와 관련 “테스의 이익 및 현금창출규모를 고려 시 기존 환경사업 투자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본 회수에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재무부담 가중은 신용도에 부담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PEF의 투자를 끌어들이면 재무 관련 지표는 당장 개선되나 그 자금도 공짜는 아니다. 통상 나중에 주식을 되사주거나 일정 조건에 상환하는 등 PEF의 수익을 보전해줄 장치를 마련해 줘야하기 때문이다. SK E&S는 KKR에게 발행한 2조4000억원 규모 RCPS에 매년 우선적으로 연 3.99%의 배당을 해줘야 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