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클론 “AT101, 美 CAR-T 기업들 공동 임상 등 협업 제안”

입력 2022-03-03 11:01
수정 2022-03-10 06:59


“최근 미국의 CAR-T 치료제 개발사들에게서 공동 임상 및 상업화 관련 협업 제안이 오고 있습니다. 올해 CAR-T로 인한 기술이전 수익을 기대 중입니다.”

지난달 24일 서울 구로 본사에서 이종서 앱클론 대표를 만나 올해 주요 사업계획을 들었다. 앱클론은 지난달 초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이 약 30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늘었다고 잠정 발표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약 10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65억원이던 영업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이 대표는 “‘AT101’ 국내 임상 1·2상을 위한 장비 구매 등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며 “이번 임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그간의 ‘국내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개발사’ 중 하나가 아니라, 다국적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T101은 앱클론의 독자 항체 기반 혈액암 CAR-T 치료제다. 오랜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이달 드디어 시험대에 오른다. 국내 임상 1·2상을 통해 처음으로 사람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보는 것이다.

AT101이 ‘킴리아’나 ‘예스카타’ 등 이미 상용화된 CAR-T 치료제와 똑같이 B세포 림프종을 적응증으로 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CAR-T 치료제 경쟁사인 큐로셀보다 임상 단계가 뒤처져있다는 지적도 있다.

앱클론은 자체 발굴한 항체에 기반한 AT101이 기존 CAR-T 치료제와 다른 암세포 부위(에피토프)에 결합, 이를 통해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서도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 중이다. 전임상을 통해 가능성의 근거도 확보했다. 킴리아 불응성 암에서 완전관해 확인AT101이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주목받는 건 항체의 차별성 때문이다. CAR-T 치료제는 암세포를 인식하는 ‘세포외부위’와 암세포와 결합 시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세포자극부위’로 구성된다. 각각 CAR-T의 밖과 안에 위치해있다.

AT101은 세포외부위에 혈액암세포에 주로 과발현되는 ‘CD19’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게 했다. 이 항체로 CD19가 과발현된 혈액암세포와 결합하고,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한다.

킴리아와 예스카타를 비롯해 길리어드의 ‘테카투스’, BMS의 ‘브레얀지’ 등 현재 상용화된 CD19 표적 CAR-T 치료제는 모두 ‘FMC63’이라는 항체를 사용한다. 이와 달리 AT101은 ‘1218’이라는 항체를 활용한다. 앱클론의 신규 항체 발굴 플랫폼 기술인 ‘네스트(NEST)’를 기반으로 찾아낸 항체다.

이 대표는 “FMC63을 사용한 CAR-T는 모두 CD19의 동일한 에피토프에 결합하는 반면, 1218은 CD19의 새로운 곳에 결합하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와 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18은 인간화 항체라는 점에서도 쥐(마우스) 유래의 FMC63과 다르다. 이종(異種)인 마우스 유래로 인한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앱클론은 앞선 전임상 동물실험에서 AT101의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 이 대표는 “킴리아 불응성 B세포 유래 림프종 세포 및 B세포 유래 백혈병 세포 마우스 동물모델을 구축한 뒤 AT101을 단회 투여하자, 각각 28일째와 21일째에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짐(관해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동종유래 CAR-T로 치료 비용 낮추겠다”앱클론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 AT101의 국내 1·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재발성 또는 불응성 B세포 비호지킨 림프종(B-cell NHL)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9명을 모집하는 1상에서는 AT101 투여 농도별(저·중·강)로 3명씩 나눠, AT101의 최대내약용량(MTD) 및 2상 권장용량(RP2D)을 시험한다. 1상 종료 후 70여명 대상 2상에 돌입한다. 국내에 관련 환자가 적지 않고, 매년 사망자가 수천명에 이르는 만큼 환자 모집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에 중간 결과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 중이다. 이 대표는 “CAR-T 치료제는 짧게는 2주에서 길어도 한 달 안에는 약효 확인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연내 최종 결과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AT101에 거는 기대 만큼,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CAR-T 제조 장비를 추가 구매했다. 이 장비를 AT101 제조에 최적화시켰다. 모든 제조공정(CMC)이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GMP) 인증 시설에서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이를 통해 연간 최대 100명분의 임상용 CAR-T를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T101 상용화를 위한 대량 생산은 HK이노엔에 맡긴다. 앱클론은 최근 HK이노엔과 이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HK이노엔은 추후 AT101 생산을 위한 GMP 인증 절차에도 돌입할 예정이다. 양사는 AT101 외에 앱클론의 또 다른 후보물질(파이프라인)에 대해서도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앱클론은 수억원에 달하는 CAR-T 치료제의 가격을 기존의 절반 가까이 줄이는 방법도 시도 중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동종 유래 CAR-T를 통해서다. 현재 상용화된 동종 유래 CAR-T 치료제는 없다. 면역거부 반응 등 부작용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T세포를 이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T세포를 CAR-T에 적용할 수 있으면, 선(先) 생산 및 대량 생산이 가능해 제조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이를 위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동종 유래 CAR-T 임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패하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앱클론은 동종 유래 CAR-T에 도전장을 던졌다. 국내 유전자가위 기술을 선도하는 두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서다.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교정하는 방식이다. 지플러스생명과학과는 혈액암 치료제를, 툴젠과는 고형암 치료제를 개발한다.

이 대표는 “특히 최근 미국에서 고형암 대상 CAR-T 치료제 임상이 시도되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약효가 기대보다 낮다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고형암에서의 면역 회피 종양미세환경을 극복할 만한 강력한 CAR-T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2부에 이어서)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