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자가 17만 명대로 폭증한 어제 김부겸 총리는 “확진자 수를 보고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했다. 오미크론의 치명률·사망률이 직전 델타 변이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데다 ‘확진자 증가에 따른 준비도 끝났다’는 설명이다.
불안한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의도였겠지만 이런 발언은 오히려 불안감을 더 증폭시킬 뿐이다.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에 근접하자 “국민 여러분께 여러 가지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김 총리가 직접 사과한 게 불과 1주일 전이다. 이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니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는 주장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낮은 치명률을 근거로 ‘승리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하니 믿음이 가지 않는다.
김 총리가 “오미크론에 능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잘 갖췄다”고 한 것도 신뢰하기 힘들다. 보건복지부 차관이 “재택치료 중 약 처방을 받으려고 의료기관에 몇 번이나 전화했지만 안 받더라”고 토로한 게 엊그제다. 김 총리의 장담과 반대로 방역현장에선 이미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재택치료 중이던 7개월 영아가 병상을 찾지 못해 희생됐고, 50대 남성이 코로나 환자로 분류조차 안 된 상황에서 재택치료하다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재택치료 중이던 광주의 한 임신부는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구급차에서 출산했다. 교육현장도 혼란스럽다. 코앞으로 다가온 등교 문제만 해도 각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현실이 됐는데 도대체 어떤 준비를 갖췄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치명률이 낮다지만 확진자 급증으로 하루 사망자가 100명을 오르내린다. ‘재택 방치’에 가까운 재택치료로 불안에 떠는 감염자는 5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어떤 지표를 보더라도 지금은 방역당국의 신중한 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일상 회복’, 방역당국은 ‘출구 초입단계’라는 말을 반복하니 무슨 정치적 의도는 없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어떤 변이가 어떻게 닥쳐올지 아직 과학자들도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의 반복되는 자신감은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잘못된 대처를 돌아보고 중증 환자 발생을 철저히 차단해 단 한 사람이라도 더 희생되지 않도록 묵묵히 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