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내 친러시아 반군 장악 지역을 우크라이나 군이 선제 공격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꾸며낸 자작극일 가능성도 있지만,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예상일로 지목한 날에 교전이 발생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4회 포격”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친러시아 반군은 이날 오전 4시30분께 우크라이나 루간스크주에서 박격포와 수류탄 등으로 네 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친러시아 반군은 또 우크라이나군이 미군 상륙함을 이용한 상륙 작전을 준비 중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친러시아 반군이 공격했으며 대응 공격은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반군의 포격으로 루간스크주에 있는 한 유치원이 파손됐으며 민간인 2명도 다쳤다고 밝혔다. 미국시간 16일 발생한 것으로,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일로 예측한 날이다.
루간스크주는 분쟁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에 속해 있다. 돈바스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은 2014년 러시아가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선포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찾기 위한 위장 작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들은 돈바스 지역에서 위장 작전을 위해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된 용병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전투로 1만4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돈바스 지역에서 이어지는 무력 분쟁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숨지는 일은 올해 들어서도 반복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한 러시아는 병력 15만 명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과 벨라루스 주변을 포위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병력 늘려”우크라이나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군병력을 철수하고 있다면서 전날에 이어 연이틀 증거 자료를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오히려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병력을 7000명 늘렸다고 반박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1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병력을 7000명 추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했다는 러시아 정부의 발표는 미국과 세계의 이목을 끌었지만 이러한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지난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훈련을 끝낸 일부 군병력이 원주둔지로 복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은 이런 발표를 거짓으로 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주요 부대가 국경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경을 향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국방부는 병력 복귀와 관련해 명확한 일정을 갖고 있다”며 “철수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NATO는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를 주문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요구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은 잇따라 유럽을 찾아 NATO 회원국들과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