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도시에는 다 있는데, 왜 광주광역시에만 없습니까. 꼭 유치하겠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 앞 유세장에서 던진 한마디에 광주지역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스타필드’ 같은 복합쇼핑몰이나 프리미엄 아울렛은 전무하고,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할인매장도 지난달에야 겨우 ‘롯데마트 맥스’ 한 곳이 출점한 현실을 콕 집어내면서 표심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칵 뒤집힌 인터넷 커뮤니티
국민의힘이 “득표율을 25%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최근 광주 등 호남지역 공략에 공을 들였지만, 이곳은 명실상부한 더불어민주당 ‘텃밭’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네 곳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광주·전라지역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11%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역 내에서는 윤 후보가 던진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이 향후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광주지역 부동산 커뮤니티와 맘카페에선 “광주시민들은 복합쇼핑몰을 간절히 바란다. 어떤 때는 쇼핑하러 대전까지도 올라간다” “복합쇼핑몰은 전국 어디를 가든 많다. 왜 광주에만 없느냐”는 글이 쏟아졌다.
정치권도 기민하게 반응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준석 대표 명의의 공문을 지역 방송사들에 보내 복합쇼핑몰 유치 관련 토론회 개최를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을 맡은 송갑석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과거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유치가 무산된 것은 시민사회의 반대와 불안감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해 사업주 스스로 철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합쇼핑몰 무덤’ 광주유통업계에서 광주는 ‘험지 중의 험지’로 꼽힌다. 그간 시민단체와 지역 정치권이 골목상권 침해 등의 이유를 들어 출점을 번번이 좌절시켜왔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2015년 광주신세계와 손잡고 복합쇼핑몰을 포함한 200실 규모의 특급호텔 건립을 추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광주신세계는 호텔을 짓기 위해 백화점 인근 부지까지 매입했지만, 뒤늦게 소상공인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시가 인허가 절차를 2년여간 끄는 바람에 결국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광주시와 신세계에 개발 백지화 요구 공문을 보내는 등 압박을 가했다.
광주시가 복합쇼핑몰과 프리미엄아울렛 입점을 염두에 두고 추진한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은 2005년 계획 수립 이후 17년째 공회전 중이다. 단지 내 상가 면적을 2만4170㎡에서 두 배인 4만8340㎡로 늘렸다가, 일부 시민단체의 특혜 시비로 다시 줄이면서 사업자를 구하지 못했다.
광주시민들이 유치를 희망해온 창고형 할인점의 경우 지난달 상무지구에 롯데마트 맥스가 문을 열긴 했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롯데마트를 리모델링해 재개장한 것으로, 신규 출점은 여전히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쇼핑몰 유치 시민단체’도 생겨보다 못한 시민들은 직접 나서 지난해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 광주시민회의(대표 배훈천)를 출범시켰다. 회원 수 400명인 이 단체는 같은해 7월 ‘복합쇼핑몰 유치 광주시민운동 660인 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광주시와 소상공인 단체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배 대표는 “민주당의 지역 독점 정치에 막혀 있던 복합쇼핑몰 이슈를 꺼내고 유치를 공약한 윤 후보의 발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민주당도 시민 여론에 결국 호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쇼핑몰 유치 등을 앞세워 호남지역 공략에 공들인 결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여론에 균열이 생기고 있어서다.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지역 언론이 시행한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선 광주지역 18~29세 남성 지지율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 30.1%, 윤 후보 40.1%를 기록해 윤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정기화 전남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윤 후보가 점화한 복합쇼핑몰 유치 이슈가 대선 국면에서 지역사회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임동률/전범진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