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연산속도 16배'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

입력 2022-02-16 17:19
수정 2022-02-17 01:42
SK하이닉스는 연산 기능을 갖춘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기술 ‘PIM(processing-in-memory)’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PIM은 메모리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이동 정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그동안 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 저장을 전담하고, 연산 기능은 비메모리반도체인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담당하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메모리반도체의 처리 속도가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 평가 기준 중 하나로 떠올랐다.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해결책은 연산 기능을 메모리반도체에 추가하는 것이다. PIM 기술을 적용한 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 이동 없이도 메모리반도체 자체적인 연산 작업이 이뤄져 데이터 처리 능력이 향상된다.

SK하이닉스는 PIM을 적용한 첫 제품으로 ‘GDDR6-AiM’ 샘플을 개발했다. GDDR(Graphics DDR)은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JEDEC)에서 규정한 그래픽 D램의 표준 규격 명칭이다. 초당 16Gbps(기가비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GDDR6 메모리반도체에 연산 기능이 더해진 제품이다. 일반 D램 대신 이 제품을 CPU·GPU와 함께 탑재하면 연산 속도가 최대 16배까지 빨라진다. 또 GDDR6의 기존 동작 전압인 1.35V보다 낮은 1.25V에서 구동하며, 에너지 소모는 80%가량 줄어든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앞으로 GDDR6-AiM은 머신러닝, 고성능 컴퓨팅, 빅데이터의 연산과 저장 등에 활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반도체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회인 ‘2022 ISSCC(국제 고체 회로 학술회의)’에서 PIM 개발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향후 이 기술이 진화하면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기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메모리 센트릭 컴퓨팅’도 가능해질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최근 SK텔레콤에서 분사한 AI 반도체 기업인 사피온과 협력해 GDDR6-AiM과 AI 반도체를 결합한 기술도 선보일 계획이다. 안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자체 연산 기능을 갖춘 PIM 기반의 GDDR6-AiM을 활용해 새로운 메모리 솔루션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사업모델과 기술개발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진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