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사 신용등급 평가 더 깐깐해진다[김은정의 기업워치]

입력 2022-02-16 08:35
수정 2022-02-17 09:12
이 기사는 02월 16일 08: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캐피털사 신용평가방법론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최근 캐피털사를 둘러싼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기존 평가방법론에만 의존하면 캐피털사의 실제 신용도 수준을 적시에·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캐피털사 신용등급평가방법론을 개정했다. 캐피털 업권 안팎의 높은 경쟁 강도와 감독당국의 규제 강도 강화, 수익성 확보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다.

일단 캐피털사의 시장 지위를 평가할 때 종전 총채권 기준 시장 점유율이 아닌 총자산 기준 시장 점유율을 사용키로 했다. 최근 캐피털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기존 할부·리스 자산에서 기업여신·투자자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총채권이 아닌 총자산 기준 시장 점유율을 사용해야 투자유가증권 등을 포함한 영업자산 규모를 시장 지위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사업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어, 시장 지위 평가 지표 가중치를 축소하고 사업 안정성·사업 포트폴리오 적정성 평가지표 가중치를 확대했다. 아울러 운영 효율성 평가 지표를 정량 지표인 조정판매관리비용률로 변경했다.

동영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조정판관비 관리 능력이 뛰어난 캐피털사는 우수한 경영 관리 능력과 효율적인 경영 조직 체계를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기본적인 수익성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며 "조정판관비용률 수준은 경쟁 지위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조정대손비용률 평가 지표 역시 자산관리능력 평가지표로 변경하고 가중치도 확대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에 따라 투자 목적의 유가증권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신성자산의 대손비용 뿐만 아니라 유가증권 관련 평가·처분손익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

동 연구원은 "캐피털 자산 손실의 일부만을 반영하는 조정대손비용률을 평가 지표에서 삭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대신 자산 관련 손익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산관리능력 평가 지표를 추가하고 가중치를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요주의이하자산비율 평가 지표도 추가됐다. 투자자산 비중 증가 추세에 따라 단순 연체율만으로 포착되지 않는 부실 위험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나이스신용평가는 미래상환능력을 감안한 자산건전성 분류체계 기준 지표인 요주의이하자산비율을 추가하고 투자자산 등의 잠재 부실을 미리 파악하기로 했다.

같은 맥락에서 조정유동비율 계산 기준도 기존 90일에서 1년으로 변경됐다. 기본 할부금융 중심에서 기업·투자금융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변하면서 운용 자산의 실질 만기가 장기화된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마지막으로 조달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했다는 판단에서 재무적융통성의 가중치를 확대했다.

이강욱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실장은 "이번 평가방법론 개정으로 기존 캐피털사의 신용등급에 즉각적인 변동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도 "실제 금융환경을 반영한 평가 지표들이 대거 활용되면서 주요 캐피털사들의 신용등급 상향·하향 조정 검토 요건이 다수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