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인플레 얕봤다"…美, 금리인상 '빅스텝' 밟을 듯

입력 2022-02-11 17:26
수정 2022-03-13 00:01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인플레이션 여파로 미국 뉴욕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 발언이 더해지면서 채권 가격도 급락했다. 고삐 물린 물가를 잡으려면 Fed가 긴축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확산되는 ‘빅스텝’ 전망 10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47%, S&P500지수는 1.81%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는 2.1% 급락했다. 애플(-2.36%) 마이크로소프트(-2.84%) 알파벳(-2.1%) 테슬라(-2.94%) 등 빅테크주와 엔비디아(-3.30%) 퀄컴(-5.37%) 등 반도체주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고,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2%를 돌파한 영향이다.

1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뛰었다. 1982년 2월 후 최고치로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7.2%)를 넘어섰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뺀 1월 근원 CPI 상승률(6.0%)도 1982년 8월 후 가장 컸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씨티은행은 Fed가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달 28일 보고서에선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10여 일 만에 전망치를 수정한 것이다. 또 올해 말 바람직한 기준금리 수준도 연 1.25%에서 연 1.5%로 높여 잡았다. 도이체방크도 3월 기준금리 인상폭을 50bp로 예상하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

올해 FOMC 투표권이 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까지 3월 50bp 인상설에 힘을 실어주자 시장은 요동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의 페드워치가 추산한 3월의 50bp 인상 확률은 95.6%로 폭등했다. 하루 전만 해도 이 확률은 24%에 그쳤다. 이날 오후 80%대로 떨어졌지만 한 달 전에 비해선 여전히 10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정치권까지 인플레 잡기 나서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자 미국 정치권까지 나섰다.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미국인들이 힘들게 번 임금을 줄이고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일으키고 있다”며 “Fed가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은 이미 지났고, 의회와 행정부는 이미 불붙은 경제에 기름을 붓기 전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ed를 비판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재정부양 법안인 ‘더 나은 재건’에 대한 반대 뜻을 다시 강조했다. 팻 투미 상원의원(공화당)도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고 있고, 매우 골치 아파졌다”며 “Fed는 확실히 뒤처져 있고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인플레가 상당히 완화할 것이라고 예측한다”며 “다행스럽게도 우린 지난달 긍정적인 실질임금 상승과 지난해 인플레를 이끌었던 자동차 가격 상승 둔화를 지켜봤다”며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는 것도 좋은 뉴스”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정인설/뉴욕=김현석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