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수사를 방해한 의혹을 받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을 기소하지 않기로 지난 9일 결론 내렸다. 7개월여에 걸친 수사에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 사건은 △고발사주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과 함께 공수처가 담당한 윤 후보 관련 사건 중 하나였다. ‘윤(尹)수처’라는 국민의힘의 비판을 받으며 진행한 수사다. 그런데도 이들 사건에 대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가 맡은 다른 사건 역시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많다. 공수처는 지난해 1월 출범 후 단 한 건의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사건 재수사 과정에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은 이규원 검사에 대해선 9개월간 수사를 진행한 끝에 지난해 말 사건을 검찰로 이첩했다.
이 검사는 검찰의 추가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다. 공수처는 대검찰청이 윤석열 후보의 장모 최모씨와 관련된 수사 대응·변호 문건을 생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5개월간 수사하다가 지난달 검찰로 공을 넘겼다.
공수처는 수사 과정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진욱 처장이 자신의 관용차를 이 고검장에게 제공하면서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 와중에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 정황까지 드러나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수사와 관계없는 수백 명이 통신 자료 조회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민간 사찰’이란 비판이 거세게 쏟아졌다.
그 결과 ‘성역 없는 반부패수사’를 위해 탄생한 공수처가 사찰 혐의로 고발당하는 신세가 됐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10일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에 관련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달엔 국민의힘이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혐의로 고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는 “수사 과정에서 나온 휴대폰 번호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는 적법한 수사 절차”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수처는 필요 여부를 두고 숱한 논쟁 끝에 탄생했다. 매번 권력기관의 거대한 부패를 찾아내 처벌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수사기관’이란 오명을 써서는 안 될 것이다.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합법 수사’와 ‘독립성 유지’라는 기본부터 지키는 모습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