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들 사이에서는 증여세를 ‘오늘이 가장 싼 세금’이라 부른다. 증여세는 증여재산이 많아질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율 구조라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가격이 올라 증여세 부담도 늘어난다. 또 내년부터는 증여 취득세도 늘어날 예정이다. 현재는 부동산 증여 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취득세를 과세하지만, 2023년부터는 매매·경매·공매 등의 시가를 기준으로 취득세를 과세하게 된다. 증여계획이 있다면 올해 안에 하는 게 취득세 부담이 작다. 현명한 증여를 위한 절세법을 알아본다.
첫째, 여러 명에게 나눠서 증여하는 게 낫다. 증여세는 수증자가 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수증자가 여러 명일수록 세율이 낮아진다. 가령 아들에게 4억원을 증여하면 아들은 600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반면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에게 1억원씩 증여하면 각각 10%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증여세는 총 34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물론 수증자별로 증여재산공제도 받을 수 있다.
둘째, 10년 단위로 분산 증여하면 좋다. 증여세는 10년 단위로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다. 미성년 자녀에게는 2000만원, 성년 자녀에게는 5000만원을 10년마다 증여세 없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최대한 일찍부터 증여하는 것이 절세의 지름길이다. 예를 들어 갓 태어난 자녀에게 2000만원을 증여하고 10세가 됐을 때 다시 2000만원, 20세 때 5000만원, 30세때 5000만원을 증여한다면 36세까지 증여세 없이 1억4000만원을 자녀에게 줄 수 있다. 세 부담을 줄이면서 좀 더 많은 금액을 증여하고 싶다면 낮은 세율구간에서 증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령 자녀가 태어났을 때 1억2000만원을 증여하고, 10세 때 1억2000만원, 20세 때 1억5000만원, 30세 때 1억5000만원을 증여하면 증여세 4000만원만 내고 총 5억4000만원을 자녀에게 줄 수 있다. 반면 자녀가 30세 때 5억4000만원을 한 번에 증여하면 8800만원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셋째, 가격이 오를 자산부터 증여하는 게 유리하다. 앞으로 가격이 크게 오를 자산일수록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좋다. 자녀에게 증여한 후 가격이 오르면 자녀의 자산이 증가하는 것이지만, 내가 갖고 있는 동안 가격이 오르면 자녀의 상속세·증여세 부담만 커진다. 또 증여 후 10년 이내에 상속이 발생하더라도 증여 시점의 낮은 금액으로 상속재산과 합산해서 세 부담이 줄어든다.
넷째, 양도차익이 큰 부동산을 증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양도차익이 큰 부동산은 나중에 팔 때 높은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런 부동산을 증여하면 취득가가 높아지므로 양도소득세 절세 효과가 크다. 단, 증여 후 5년 안에 매도하면 양도소득세 이월과세가 적용돼 절세 효과가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섯째, 공시가격이 나오기 전에 증여하면 좋다. 증여재산가나 상속재산가를 평가하는 기준은 시세다. 하지만 시세를 산정하기 어려운 토지, 단독주택, 상가 등은 상속일이나 증여일 현재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새로운 공시가격이 나오기 전에 증여하면 전년도의 공시가격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예를 들어 토지의 2022년 개별 공시지가는 2022년 5월 말에 고시한다. 따라서 고시 전에 증여하면 2021년의 공시지가로 증여세를 계산한다.
여섯째, 양도차익이 적은 부동산은 부담부증여를 하면 된다. 부담부증여란 대출이나 전세보증금을 넘기는 조건으로 자산을 증여하는 것이다. 수증자는 대출이나 전세보증금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기 때문에 증여세를 아낄 수 있다.
부담부증여는 자녀의 증여세와 부모의 양도소득세가 혼합된 형태다.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합한 금액이 통째로 증여할 때의 증여세보다 낮아야 한다. 보통 양도차익이 적거나 비과세되는 부동산은 부담부증여가 유리하다. 주의할 점은 부담부증여를 받은 자녀가 스스로 대출이나 전세보증금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현 진진세무회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