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대선후보들의 '눈물 마케팅'

입력 2022-02-07 17:20
수정 2022-02-07 23:57
“6년 전 정치입문 당시의 꿈을 이루지 못한 회한이 없겠습니까만, 깨끗이 물러나겠습니다.” 2002년 12월 20일 대선에서 패배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닦으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당 대표 등 지도부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당직자 중에는 “선거 중에 진작 눈물을 좀 흘리지…”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대쪽 이미지의 이 후보에게 감성 마케팅도 필요하다는 건의가 적지 않았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었다.

반면 승리한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눈물 마케팅’ 덕을 톡톡히 봤다.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배경음악으로 눈물 흘리는 광고가 대선 한 달 앞두고 TV 전파를 타, 부동층 표심을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됐다. 2007년 대선 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경제를 살려달라”는 할머니를 안고 눈물 흘리는 광고를 내보냈다. ‘경제대통령’을 각인시키고, ‘불도저 이미지’를 상쇄하려는 이중전략이 효과를 거뒀다. 김대중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기간 눈물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이번 대선에도 후보들의 눈물이 흔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6일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면서 수십 초 동안 흐느꼈고, 하루 전 제주를 찾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한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울컥했다. 특히 이 후보는 민주당 반성을 외칠 때나, 가족사를 언급하고 아들 도박 의혹에 대해 사과할 때 등 지난해 10월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만 7~8차례 눈물을 보였다.

대선판에서 눈물이 단골이 된 이유는 정에 약한 한국인 특유의 감성을 건드리는 게 먹힌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해가거나, 후보도 보통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물론 눈물이 잦은 게 개인 성향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눈물 정치’가 반복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유권자는 무덤덤해지고, 지도자로서 유약해 보여 자격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 진정성을 의심받고, 자칫 ‘쇼’로 비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순간적으로 북받쳐 우는 건 유권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좀 울었더니 솔직히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나라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본인을 위해 울 게 아니라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