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순으로 연가 쓰니까…" 설 맞는 일선 경찰의 푸념 [이슈+]

입력 2022-01-31 08:31
수정 2022-01-31 08:32
"올 설에 어디 가느냐고요? 지난해에도 고향 못 내려갔는데요?"

많은 시민은 설날을 맞아 고향을 방문하거나 여행을 떠나는 등 제각각 계획을 짜느라 바쁘지만, 이 모든 게 소위 '다른 세상 이야기'인 존재가 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지구대를 비롯한 일선에서 근무하는 저연차 경찰들이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순경으로 근무하고 있는 A 씨는 한경닷컴에 "언론에서 명절이 다가오면 '가정폭력이 늘었다', '절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일선 경찰들의 고충을 얘기하지만 사실 이건 경우에 따라 많이 다르다"며 "정작 제일 힘든 건 명절에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내려갈 수 없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소위 짬(계급·연차순)에서 밀리기 때문에 명절 기간에 맞춰 연가를 쓸 수가 없다"면서 "이미 몇 주 전부터 노주임(오랜 기간 지구대에 근무한 경찰관을 뜻하는 은어)들이 명절에 우선하여 연가를 싹 써놓는다. 저처럼 고향은 먼 데 휴가도 쓸 수 없는 사람은 이런 부분이 참 힘들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위 B 씨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명절 때마다 계급이 낮은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그저 명절에 근무가 잡히지 않기를 바라면서 기도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가끔은 처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그냥 군대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불만 없이 명절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며 "아무래도 인력은 한정돼 있고, 명절 기간 동안 어떤 식으로 범죄가 발생할지 모르니 순찰도 좀 더 돌게 되는 경향이 있어서 많은 후배가 힘들다고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청은 올해까지 연가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기준에 맞춰 연가 사용일수를 15일로 정했다. 하지만 인력과 예산의 차이로 인해 근무지마다 연가를 사용할 수 있는 빈도수가 천차만별이라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