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의 기술주를 모아놓은 항셍테크지수는 지난해 32.7% 폭락했다. '공동부유'를 앞세운 중국 정부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규제 우려가 주가를 짓눌렀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올들어 7% 넘게 빠지는 동안 항셍테크지수는 오히려 3% 오르며 반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초 이후 이날까지 수익률 상위 10개 상장지수펀드(ETF) 중 4개가 홍콩항셍지수(HSCEI) 또는 항셍본토25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레버리지, 인버스 제외). 이날 홍콩항셍지수가 소폭 하락했지만 올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7~8% 수준이다. 홍콩항셍테크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올초 이후 5%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작년 홍콩 증시의 부진이 기저효과로 돌아왔다. 고점 대비 50% 넘게 빠지면서 중국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커지자 매수세가 몰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달새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항셍중국기업지수 ETF(종목코드 2828)을 1400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했다. 이 ETF는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투안 등을 담고 있다.
미국이 긴축시계를 앞당기는 것과 달리 중국이 정책금리 인하에 나선 것도 호재다. 중국 인민은행은 사실상의 기준금이린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을 두달 연속 인하했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당국의 정책 스탠스가 완화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며 "본토증시보다 홍콩증시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건 지난해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정책 완화 기대감에 유입된 자금이 홍콩증시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불확실성도 해소되는 모양새다. 이달 19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시장감독총국, 사이버정보판공실 등 중국 11개 관계부처는 일종의 규제 지침서인 '플랫폼 경제의 건강한 발전에 관한 약간의 의견(지침)'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여기서 규제뿐 아니라 지속 발전도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플랫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을 권장한다”는 것이다.
장재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인터넷 플랫폼 ‘길들이기’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2022년 경제 성장 둔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보다 긍정적인 지침을 발표한 것"이라며 "규제 불확실성 해소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비용 관리를 통한 이익 개선, 중국 정부가 육성하는 산업 내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관련 부문 투자 확대는 이들 기업의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이고 향후 밸류에이션 회복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투안 등 중국 대표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주가 회복을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행보는 성장주 혹은 홍콩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예상도 있다. 재정정책 수혜가 집중될 중국 본토 증시가 피난처가 될 것이라는 조언이다. 홍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재정정책 강도가 높아지면서 인프라 투자 업종 수혜가 기대된다"며 "관련 업종 비중이 높은 상해종합지수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