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미니스톱 인수를 바라보는 신평사 간 미묘한 온도 차[김은정의 기업워치]

입력 2022-01-25 08:25
수정 2022-01-26 09:03
이 기사는 01월 25일 08: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의 한국미니스톱 인수를 바라보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시각에 미묘한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롯데그룹의 재무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란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롯데그룹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시너지 효과 발생 시점이나 수익성 개선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일제히 한국미니스톱 인수가 롯데그룹의 사업·재무 상태에 미칠 영향을 진단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21일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3134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외국인투자기업인 한국미니스톱은 국내 2600여개 점포와 12개 물류센터를 갖고 있다. 롯데그룹은 유통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창출을 목적으로 이번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지분 인수에 따른 롯데지주의 재무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인수 금액을 웃도는 현금성자산(약 9000억원)을 갖고 있어서다. 또 롯데지주는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이 나오고 있어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능력을 갖췄다.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기업평가는 롯데그룹의 이번 지분 인수 관련 사업 경쟁력 강화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두고 평가하는 모습이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국내 편의점 업계는 공격적인 출점 경쟁의 여파와 추가 성장 동력 발굴의 어려움, 경쟁 범위 확대로 점포당 매출이 감소세를 띠고 있다"며 "편의점 근접 출점 규제 자율협약으로 주요 경쟁사발 가맹점 유치 경쟁이 가열될 경우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신규 출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대규모 점포를 일시에 확보하게 되면서 규모의 경제 강화로 교섭력이 커지고 물류비용 등 고정비 부담도 일정 수준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그룹의 사업 추진 전략과 한국미니스톱의 경쟁력이 신규 서비스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롯데그룹은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화해 롯데온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 점포에서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 쇼핑 환경 개선을 위해 대형 점포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미니스톱은 점포 내 즉석조리식품 가공 공간이 있다. 이런 사업 특성상 중대형 매장이 많은 편이다.

송 연구원은 "편의점의 서비스 영역이 확대되면서 점포 내 보관장소 확보 등을 위해 중대형 점포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한국미니스톱의 강점이 롯데그룹의 신규 서비스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는 인수 성과에 대한 전망에 한층 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일단 이번 지분 인수가 롯데그룹의 편의점 사업 실적 개선에 기여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지분 인수로 편의점 사업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되긴 하지만 수익성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한국미니스톱의 경우 과거 저조한 성장과 수익성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도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인수 성과를 위해선 브랜드, 물류, 상품 통합을 통한 운영 효율성 개선 뿐만 아니라 저수익 점포 구조조정 등 후속 전략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현재 A+인 코리아세븐의 장기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단 의견도 내놨다. 한국신용평가는 약 2년간 이어진 저조한 영업실적과 확대된 영업·재무 리스크(위험요인) 탓에 코리아세븐의 회사채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아 놨다.

한 연구원은 "향후 지분 인수 진행 과정에서 코리아세븐이 부담하는 인수 자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게 책정되거나 인수에 따른 기대효과가 투자 부담을 밑돌 것으로 판단되면 신용도 하방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전체적으로도 한국미니스톱 인수를 포함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전략들이 백화점, 마트, 슈퍼, 편의점 등 각 채널 간 연계 수준과 시너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관찰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