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현·김한호 과장 "MZ 겨냥 '단디' 캐릭터로 게임까지 만들었죠"

입력 2022-01-19 17:53
수정 2022-01-20 00:23
“게임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길게 보면 금융과 게임의 구분이 없어지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김석현 DGB금융지주 디지털혁신부 과장(38)은 지난해 은행원의 역할에서 완전히 벗어나 정보기술(IT)기업 직원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색다른 한 해를 보냈다. 디지털 전환(DT)을 위한 DGB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디지털 패셔니스타’ 일원으로 같은 부서 같은부서 문종식 차장(42), 김한호 과장(36)과 함께 패셔니스타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유튜브를 진행하고, 웹 게임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들을 포함한 DGB금융 계열사의 MZ세대 직원 18명은 지난해 초 DGB의 ‘디지털 특공대’ 격인 디지털 패셔니스타 3기로 선정됐다. 디지털 역량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사내 디지털 전환을 홍보하는 활동을 벌였다. 3기로 뽑힌 이들은 증권회사가 수익률 경쟁 게임대회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이 잔돈을 모으는 데 게임화된 서비스를 내놓는 등 금융에도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김석현 과장은 “각자 이야기해 보니 ‘인생 게임’이 한두 개씩은 있었다”며 “미래 고객인 MZ세대가 게임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게임적 요소를 DT와 연결하는 시도를 하기로 하고 게임을 개발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석현 과장은 소싯적 동네에서 격투게임으로 이름을 날리던 ‘오락실파’, 김한호 과장은 지금도 ‘젤다의 전설’과 ‘동물의 숲’을 종종 즐기는 ‘콘솔파’였다. 그러나 게임을 제작해본 경험은 누구도 없었다. 중급 게임 제작 툴인 유니티로 비교적 간편한 횡스크롤 2D 게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문종식 차장과 디지털 패셔니스타들은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개별 프로그래밍 학습과 실습을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인 캐릭터 및 스테이지 제작에 들어갔다. PC 및 모바일 버전 베타테스트를 한 뒤 12월 16일 게임 ‘단디의 모험’을 공개했다.

닌텐도의 슈퍼마리오 1~3탄과 비슷한 방식으로 DGB의 파랑새 캐릭터인 단디가 2022년 일출을 보러 뱀 숲을 탈출한다는 콘셉트의 게임이다. 단디(이미지)는 ‘꼼꼼하게’ ‘착실하게’ ‘실수 없이’ 등을 의미하는 경상도 사투리. ‘단디해라(잘해라)’ 등의 방식으로 DGB 주요 거점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많이 쓴다. 캐릭터로 게임을 제작한 만큼 홍보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오픈을 기념해 사내 게임대회를 열고, 홍보를 위한 유튜브 영상도 제작했다. 이 게임은 인디 게임 사이트 ‘유니티 플레이’에서 베스트 게임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출시 한 달여 만에 글로벌 2000뷰, 4000회 플레이를 기록하며 관심을 받았다.

김한호 과장도 올초 DGB금융지주 HR기업문화부로 발령 났다. 그는 “다시 사무직의 삶으로 돌아왔지만, IT기업에 근무한 것 같은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김석현 과장은 “기업의 브랜드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