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앞으로 전기공사 지역 전력 끊는다"

입력 2022-01-09 16:55
수정 2022-01-09 16:59
한국전력이 전기 공사를 진행하는 직원의 감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앞으로는 작업 지역에 대한 전기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협력업체 직원이 전기연결 작업을 하다가 감전돼 사망한 사건에 대한 후속조치다.

한전은 9일 "올해를 중대재해 퇴출의 원년으로 만들겠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한전은 우선 감전사고 발생을 근절하기 위해 '정전 후 작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전력설비를 유지·보수하는 과정에서 무정전, 신속복구 등 전기 사용자의 편의 증진을 최우선 가치로 여겼지만 앞으로는 작업자의 안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것이다. 한전은 "비용과 시간이 더 들고, 전력 공급에 지장이 생기더라도 감전의 우려가 전혀 없도록 하기 위해 '정전 후 작업'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이 같은 조치로 인해 일부 지역에 전기 공급 일정이 지연되거나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등 전기 사용자의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전은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원칙 아래 '효율 중심의 현장 관리'에서 '안전 중심의 현장 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전은 전국 각지에서 전주 973만기, 철탑 4만3695기, 변전소 892개소 등의 전력설비를 관리하고 있다. 이들 전력설비를 유지·보수하거나 건설하는 공사는 매일 평균적으로 1500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연간 공사 건수는 평균 28만 건이다. 앞으로는 매일 1500곳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셈이다.

한전은 또 전기공사 작업자와 위해요인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기 위해 전력선과 직접 접촉하는 방식의 '직접활선' 작업을 완전히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대신 전력선과 작업자가 접촉하지 않는 '간접활선' 방식의 작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감전과는 별도로 끼임사고 근절을 위해선 작업용 특수차량에 밀림 방지장치 설치가 의무화된다. 추락사고 방지대책으론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작업을 전면 금지하고 모든 배전공사 작업에 절연버켓(고소작업차) 사용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한전은 밝혔다. 다만 골목이 좁아 절연버켓이 진입하지 못하거나 전기공사 업체의 장비수급 여건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사업소가 사전 안전조치를 검토·승인 후 제한적으로 예외를 허용할 계획이다.

한전은 또 하청업체인 전기공사업체 사이의 직원 돌려쓰기, 불법 하도급 등 부적정 행위가 적발되면 해당 업체와 사업주에 대해 한전 공사 관련 사업참여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