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초유의 가계대출 중단 사태를 겪었던 농협은행이 올해도 가계 중도금·이주비 집단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한층 강화된 대출 총량 규제에 맞추려면 연초부터 가계대출 고삐를 죌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올 상반기까지 집단대출 가운데 중도금과 이주비 대출 중단 조치를 이어가기로 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에 대출을 재개할지 여부는 가계대출 추이에 따라 향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관리 강화에 따라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했던 농협은행은 새해 들어 대부분의 가계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단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집단대출에 대해선 올해도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중도금·이주비 대출은 상반기까지 잠정 중단하고, 잔금대출도 최소한도로만 운용할 계획이다. 다만 이미 사업장과 협약이 끝난 집단대출 물량은 정상적으로 취급한다.
농협은행이 올해도 집단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4~5%대로 묶기로 한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연 증가율을 4%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올해 절대적으로 늘릴 수 있는 대출은 5조4000억원 남짓이다. 연간 가계대출 잔액 증가분이 8조원에 달했던 지난해(연 증가율 6.3%)에 비하면 약 67%에 불과한 규모다.
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상승기에 대출자가 선호하는 신잔액 코픽스 기준 대출도 취급을 중단한 상태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신잔액 코픽스는 신규취급액 코픽스에 비해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는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낮게 책정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총량 규제가 더 강화된데다 분기별로도 한도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1년 내내 대출 관리를 상시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