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서 탄생한 '바이브컴퍼니'…디지털트윈 넘어 테크핀까지

입력 2021-12-28 15:34
수정 2021-12-28 15:57
기업들은 왜 메타버스에 주목할까. 단순히 시공간을 초월한 사무실을 갖고 싶어서가 아니다.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기 전에 가상세계에 복사판을 만들어보면 빠르고 편리하게 모의 실험을 할 수 있다. 이제는 신도시 건설 전 가상도시를 지어 일조권 등 발생 가능한 문제를 사전에 확인하기도 한다. 현실세계를 가상세계에 거울처럼 옮겨놓는 '디지털 트윈' 기술력을 갖춘 바이브컴퍼니가 주목받는 이유다.

28일 바이브컴퍼니는 2.41% 오른 4만8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체불가능토큰(NFT) 관련주로 묶이면서 11월 중순 6만8700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4만8000원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상장 이후 1년간의 우리사주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자 임원들이 줄줄이 주식을 처분해 차익을 얻었는데 이달 중순부터 다시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주식을 싼값에 사들이고 있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1세대 기업으로 꼽힌다.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의 사내 벤처로 출발해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카카오는 바이브컴퍼니 지분 9.3%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김경서 기술총괄자문(이사회 의장)이다. 이재용 대표는 조달청 재직 시절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를 개발해 연간 약 100조원 규모에 달하는 조달시장을 전산화한 인물이다. 송길영 부사장은 국내 빅데이터 전문가로 꼽힌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83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내년까지도 적자가 계속될 전망이다. 목표주가나 투자 의견을 낼 수 없어 '투자등급없음(Not Rated)'을 단 종목 분석 보고서를 내면서도 증권사들은 "투자 매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메타버스와 디지털 트윈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어서다. 내년 매출이 582억원으로 올해 대비 43.6% 급증하고 2023년이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게 NH투자증권의 추산이다. 바이브컴퍼니는 한국도시주택공사(LH)와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구축해 3기 신도시에 적용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과는 일종의 가상공간 백화점인 메타버스 커머스 플랫폼을 내년 중 선보일 계획이다. 백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이익 보다는 미국의 팔란티어와 같은 선점 효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현재 대부분의 수주가 프로젝트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투입 인원을 감안하면 이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기술에 금융을 더한 테크핀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바이브컴퍼니의 자회사 퀀팃은 금융 자산관리 플랫폼 '핀터(Finter)'를 준비 중이다. AI를 기반으로 한 자산관리 플랫폼은 이미 여러 개 있지만 퀀팃은 가상화폐까지 아우른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