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발목' 한전 "재무 악화 더는 못 견뎌"

입력 2021-12-27 17:24
수정 2021-12-28 02:20
내년에 적용할 전기요금 기준연료비가 오르면서 내년 4월부터 큰 폭의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가스요금 역시 내년 5월부터 연료비를 고려해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탈원전을 추진해 온 문재인 정부가 물러나는 시점과 맞물려 국민이 값비싼 에너지요금 청구서를 받아들게 된 셈이다.

한국전력은 27일 내년 전기료 산정 기준이 되는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각각 9.8원/㎾h, 2.0원/㎾h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에 따르면 분기별 전기요금은 직전 1년의 평균 연료비인 기준연료비에 직전 3개월의 평균 연료비인 실적연료비를 가감하는 방식으로 정한다. 지난 1년간 유연탄 20.6%, 천연가스 20.7%, 원유 31.2%의 가격이 오른 점을 반영해 내년도 기준연료비를 올린 것이다. 특히 실적연료비는 분기당 최대 ㎾h당 3원으로 인상 제한 폭을 뒀지만, 기준연료비는 변동폭 제한이 없어 이번에 대폭 인상의 배경이 됐다.

그동안 분기별 전기요금은 정부가 ‘유보권한’을 발동해 인상을 막았다. 물가 인상 우려 때문이었다. 전기료 인상에 따른 여론 악화도 살폈다. 하지만 지난 1년의 연료비 인상을 반영해 조정하도록 한 기준연료비 인상까지 억제하진 못했다는 평가다. 전기료 산정의 출발점이 되는 기준연료비가 오름에 따라 내년 전기료는 큰 폭으로 뛰게 될 전망이다.

실적연료비도 올해 인상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우선 내년 4월부터 4인 가족 기준 최소 월 1950원이 오른 전기료 통지서를 받아들게 된다.

정부는 기후환경요금도 내년 4월부터 2.0원/㎾h 인상하기로 하면서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들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한울 1호·2호기, 신고리 5호기 등 이미 가동을 시작해야 할 원전 가동이 늦어졌다. 이에 따라 4.9GW 규모의 원전이 6년 전 계획 대비 가동되지 않거나 사라졌다. 결국 탈원전에 따른 기저전원 부족분을 비싼 액화천연가스(LNG)가 메우면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의 한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달 원자력의 발전 단가는 ㎾h당 41.5원으로 LNG의 25% 수준이다.

이번 전기료 인상 조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한전의 부채 증가 속도 완화에는 도움을 줄 전망이다. 한전은 잇따른 전기료 인상 유예 조치로 올해 4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은 “한전이 작년에 누적적자로 70조원을 차입해 2조원의 이자를 물었다”며 “이는 모두 국민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가스공사도 이날 내년도 민수용(가정용) 원료비 정산단가 조정안을 의결했다. 내년 5월부터 적용되는 이 조정안에 따르면 현재 0원인 정산단가는 내년 총 2.3원 인상된다. 이에 따라 월평균 사용량 2000MJ 기준으로 소비자 월평균 부담액이 내년 5월에는 2460원 늘어나고, 7월에는 다시 1340원 증가한다. 10월이 되면 추가로 요금이 800원 오르는 구조다.

가스공사는 이번 정산단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올해 말까지 누적된 연료비 미수금 1조8000억원을 회수하는 데는 2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지훈/정의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