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율주행과 자율비행의 배송 전쟁

입력 2021-12-17 12:11
-물건 배달, '지상 vs 상공' 누가 주도할까

구매자가 쇼핑몰 등을 통해 물건을 주문한다. 이때부터 물건의 이동, 즉 물류(物流, Logistics)가 이루어진다. 만약 필요 물품이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에 있다면 한국에 어떻게 이동할까? 먼저 공장에서 트럭에 실려 캘리포니아 항구로 이동한다. 여기서 배에 적재돼 여러 나라 항구를 거쳐 한국에 온다. 국내로 오면 다시 트럭에 실려 물류 거점으로 이동하고, 여기서 소형 물류 트럭에 실려 구매자에게 전달된다. 물론 시간이 촉박하면 선박이 아니라 빠른 항공으로 오기도 한다.

이처럼 전통적 개념의 물류 또한 '이동(Mobility)'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람과 다르지 않다. 빠르고 저렴하게 이동하려는 경제적 욕망은 결코 변하지 않는 셈이다. 그래서 물류 기업도 어떻게든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한다.

여러 요소 가운데 최우선 원가 절감 대상은 연료비다. 이동에는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기 마련이어서 연료비를 줄이는 것은 돈을 버는 것과 같다. 그리고 연료비를 줄이는 방법은 고효율 이동 수단의 채택 및 이동 경로의 최적화다. 그런데 이동 수단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의 몫이고 물류 기업은 여러 제품 가운데 선택만 한다. 반면 이동 경로 최적화는 전적으로 물류 기업의 노력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이동 경로 최적화를 위한 기술 개발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데, 대표적으로 교통정보 등을 인공지능이 파악해 실시간 경로를 최적화 하는 일이다. 그래야 불필요한 이동 거리를 줄여 연료를 아낄 수 있다. 흔히 지도 기반의 경로 최적화에 매진하는 IT 기업이 물류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물류의 최적화를 이뤄내면 사람도 이동 수단을 활용하는 만큼 동시 적용이 가능해서다.

연료비 절감의 욕망은 에너지 전환도 이끌어낸다. 에너지 가격을 아끼기 위해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한 전기를 선택하고 있어서다. 물론 전기차도 자동차 제조사가 만들지만 물류 기업에겐 연료비 절감의 새로운 방법이어서 주목한다. 최근 물류기업들이 앞다퉈 전기 소형 트럭 구매에 매달리는 것도 본질은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전동화는 소모품 사용을 없애 운송 수단의 정비 유지비용도 줄여준다. 엔진 오일을 교체하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소모품은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 정도면 충분하다. 이외 연료펌프, 타이밍벨트, 연료분사펌프 등을 유상으로 교환하지 않으니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물류와 여객 등 유상 운송에서 가장 절실히(?) 원하는 비용 절감은 운전자 배제다.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아픔(?)이 있음에도 사람 운전이 없으면 흔히 말하는 인건비는 물론 노무관리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신 구매자의 물품 가격은 내려갈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물론 여러 정치적, 또는 사회적 반대가 있겠지만 물류 기업의 업종이 유상 운송이라는 점에서 어떻게든 운전자 없는 배송을 꿈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원가 절감 경쟁에서 새롭게 등장한 또 하나의 항목이 '자율 이동 수단'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배송하는 마지막 과정, 즉 라스트 모빌리티(Last Mobility) 단계에서 어떤 운송 수단을 투입할 것인가에 대한 경쟁이다. 복잡한 도로에서 스스로 움직이며 물건을 배송하는 육상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장애물이 없는 상공을 날아다니는 '자율비행 운송 수단'을 쓸 것인가?

두 가지 자율 운송 또는 배송 방식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자율주행기업 앱티브와 함께 설립한 모셔널이 내년부터 우버이츠로 소비자가 주문한 음식을 육상 자율주행 자동차로 배달한다. 반면 국내 대표 정유기업인 GS칼텍스는 드론을 활용해 물건을 배달하는데 매진한다. 복잡한 육상의 도로 체계를 파악할 필요가 없어 운송에 걸리는 시간이 줄고 거리가 짧아져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도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 정유사의 주력 사업이 이동 수단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직접 물류에 참여, 필요한 이동 수단을 확보하고 에너지를 스스로 공급해 물건을 이동시키겠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정유사가 선택한 물류 운송 수단이 바로 자율 비행 수단으로 불리는 '드론'인 셈이다. 지금은 드론을 사람이 조종하지만 자율 비행 드론은 당장이라도 가능한 수준이며 크기를 키우면 사람도 탑승할 수 있고, 이 부문은 자동차 회사도 앞다퉈 뛰어드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 분야다. 다만, 드론 비행에 어떤 에너지를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뿐이다. 기름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이 있고 전기를 담는 배터리, 전기를 직접 만드는 수소연료전지도 있다. 여기서 수소기업과 정유기업의 에너지 선택만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이동'을 할 수밖에 없다면 반드시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흔히 말하는 '이동 수단', 그리고 이동 수단이 사용해야 하는 '에너지', 이동 수단이 이동할 수 있는 '경로' 등이고 이를 이동의 3요소라 한다. 지금까지 세상의 관심은 '이동 수단'과 전동화라는 측면에서 '에너지'에 집중된 반면 '이동 경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동 경로에 따라 이동 수단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배송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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