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잡아야할 사람이 한패가 됐다…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

입력 2021-12-12 16:06
수정 2021-12-12 16:07


대학교수들이 뽑은 2021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을 가진 '묘서동처(猫鼠同處)'가 선정됐다. 묘서동처는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된 걸 말한다.

12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전국 대학교수 880명이 6개의 사자성어 중 2개씩 골라 집계했는데 총 1760표 가운데 묘서동처가 514표(29.2%)를 받았다.

묘서동처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는 "각처에서, 또는 여야 간에 입법, 사법, 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라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고 설명했다.

묘서동처를 지지한 다른 교수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권력자들이 한패가 되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와 같은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단속하는 자와 단속받는 자가 야합하면 못 할 짓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묘서동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21.1%)를 받은 사자성어는 '인곤마핍(人困馬乏)'이었다. 인곤마핍은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이다. 세 번째로 많은 표(17.0%)는 자기 이익을 위해 볼썽사납게 싸우는 것을 비유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네번째(14.3%)는 판단력이 둔하여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뜻을 가진 '각주구검(刻舟求劍)'이 뽑혔다.

교수신문은 매년 올해의 사사성어를 선정하고 있다. 2020년에는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을 가진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다. '아시타비'는 '내로남불'을 한문으로 옮긴 신조어로 올해의 사자성어로 신조어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