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장동 핵심 피의자 사망까지…특검 더이상 실기 안 된다

입력 2021-12-10 17:21
수정 2021-12-11 00:03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어제 돌연 사망하면서 ‘대장동 4인방’을 넘어선 ‘윗선’ 수사 확대가 난관에 처하게 됐다. ‘뭉개기’ 논란까지 부른 검찰의 미덥지 않은 수사에다, 윗선 연결 정황을 밝힐 소중한 기회마저 사라질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배임과 뇌물제공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김만배 남욱 등 ‘대장동 4인방’은 이미 지난 6일 첫 재판까지 치렀다. 그럼에도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넘어 성남시 배임 혐의까지 추적하려면 유한기 전 본부장 수사가 중요했다. 그는 2015년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윗선’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중요 수사대상이었다. 유 전 본부장 개인의 죽음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혹여 대장동 사건의 진실이 묻히고 ‘깃털 4인방’의 이권 다툼으로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야권이 한목소리로 ‘대장동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조속한 특검 추진”을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수사가 마무리 모양새였고, 특검 논의가 설전(舌戰)에 그치면서 소강상태였던 대장동 의혹을 다시 파고들 기회다. 그러려면 특검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유동규를 기소하면서 처음에 배임 혐의를 뺀 것은 물론, 김만배 등의 구속영장 기각 등 숱한 부실 수사로 빈축을 산 검찰이 수사 동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여야 모두 특검 도입을 촉구했지만, 대선을 불과 80여 일 앞두고 있어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부실수사 의혹(검사 시절 대장동 개발 관련)을 포함한 ‘쌍특검’ 주장은 물론, 특검 시기·대상·인선을 둘러싼 여당의 시간끌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하지만 특검 요구가 높아진 지금이 마지막 진실 규명 기회란 점을 외면해선 안 된다. 공식 선거운동기간(내년 2월 15일~3월 8일)에 일시 수사가 중단되는 일이 있더라도 특검은 꼭 필요하다. 또다시 실기(失機)했다가는 정치 불신을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