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내수株…"역대급 저평가 종목 속출"

입력 2021-12-10 17:12
수정 2021-12-11 01:15
내수 경기에 따라서 실적과 주가가 좌우되는 내수주는 수급 등 외부환경으로부터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경기방어주라고 불리면서 변동성 장세 가운데 ‘피난처’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 박스권 장세에서는 다르다. 내수주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반등의 조짐도 잘 보이지 않는다. 내수 경기 위축과 내년도 실적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겹친 탓이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저평가 상태인 종목을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움츠러든 내수주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필수소비재 지수는 1530.59를 기록했다. 최근 3개월간 8.98%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3.69%)보다 더 떨어졌다. 이 지수는 LG생활건강, KT&G, 아모레퍼시픽, CJ제일제당, 이마트, 오리온, GS리테일 등이 포함된 내수주의 바로미터다.

대부분의 내수주 주가는 3분기부터 우하향하고 있다. 10일 기준 최근 3개월간 주가를 보면 CJ제일제당(-13.06%), LG생활건강(-16.00%), 아모레퍼시픽(-7.96%), 이마트(-10.58%), 롯데하이마트(-12.05%) 등 내수주 전반에 걸쳐 하락세가 나타났다.

올해 3분기 국내 민간 소비는 전분기 대비 -0.3% 역성장했다. 당초 4분기에는 내수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거리두기 강화 영향으로 오히려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누렸던 기저효과가 사라진 것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끼쳤다. 경기 불확실성으로 내년도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물류비와 원재료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익성 악화까지 겹쳤다.

이들 종목의 배당 매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연말 주가 흐름에 부정적이다. LG생활건강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1%가 되지 않는다. 글로벌 경쟁사인 프록터&갬블(P&G)의 예상 배당수익률이 2%를 넘는 것과 비교된다. 이마트(1.3%), 현대백화점(1.3%), 아모레퍼시픽(0.4%) 등 국내 내수주 중 배당 매력을 갖춘 곳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예상 배당수익률이 5%대인 KT&G가 최근 3개월간 5.39% 올라 내수주 가운데 돋보였던 이유기도 하다. 저평가 종목 속출내수주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상대적인 저평가 종목도 나타났다. 내년도 실적 안정성을 고려했을 때 낙폭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들이다.

이마트는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올해보다 65.1% 늘어난 6372억원이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8배로 역사상 최저 수준이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1위 할인점(이마트), 1위 커피전문점(스타벅스), 3위 e커머스 플랫폼(SSG) 등의 자회사 가치를 감안하면 현재 PER은 매우 저평가 상태”라고 설명했다. 12개월 선행 PER이 7배대까지 떨어진 현대백화점도 내년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올해보다 35.0% 많은 3699억원이다.

LG생활건강도 안정적인 실적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초만 해도 30배가 넘던 12개월 선행 PER이 20배로 내려앉았다. 중국 수혜를 받았던 때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견고한 이익 체력을 고려하면 PER은 25배 수준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PER 25배를 적용한 목표주가는 145만원으로 지금보다 25%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주가회복 과제 산적주가 반등을 위한 과제를 여럿 남겨둔 종목들도 있다. CJ제일제당은 높은 물류비와 원재료 가격 상승이 수익성 악화 우려를 낳고 있다. 내년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올해보다 0.5% 감소한 1조6124억원인 이유다. 하이트진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흐름에 따라 4분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아모레퍼시픽은 면세점을 포함한 화장품 부문의 회복이 더디다. 주요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는 중국에서 매장 폐점을 이어가며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났다. 최근 3개월 새 7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적게는 5%, 많게는 30%까지 끌어내렸다. 롯데하이마트와 GS리테일은 오프라인 점유율 하락 우려를 받는 종목들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