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다니는 만3세 아동들이 선생님이 없는 틈을 타 한 아이를 집단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8일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달 충북 제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원생 집단 폭행사건과 관련해 CCTV를 확보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3일 제천 지역 소셜미디어를 통해 "5살 아들이 어린이집 원생 7명에게 2차례에 걸쳐 집단 구타를 당했다"는 글이 게재돼 충격을 안겼다. 작성자 A 씨는 "지난 10월 18일 아이 몸에 난 상처를 발견했고, 이후에도 같은 반 아이로부터 손을 물리는 등 폭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담임교사 면담 과정에서 '사고 발생 시점에 자리에 없었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선생님이 부재한 사이 집단 폭행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글을 작성했다.
A 씨는 정확한 폭행 발생 원인과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어린이집에 CCTV 열람을 요구했고, 영상에서 교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7명의 아이들이 피해 아동에게 모여들어 폭행을 시작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A 씨는 "(아이가) 피하지 못하게 한 뒤 손과 발로 때리고, 머리카락을 잡아 뜯는 등의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있었다"고 참혹했던 상황을 전했다.
지난 7일 MBC가 공개한 CCTV 영상에서는 한 아이가 A 씨의 아들을 때리기 시작하자 말리기는커녕 하나 둘 합세해 함께 때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의 집단 폭행에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집단 폭행이 확인된 두 차례의 상황에서 담임 교사는 모두 현장에 없었다. 교사는 MBC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며 "옆 반 교사에게 봐달라고 부탁했지만 미처 보지 못한 사이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또한 어린이집 원장은 "교사가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그런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제가 알고 있었던 그 또래 아이들의 행동과는 다르다"며 "아이들의 놀이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해당 어린이집은 입장문을 내고 "당시 담임교사가 다른 반 교사에게 부탁해 약 7분40초간 자리를 비운 사이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운영위원회를 개최했으나 피해 아동 학부모가 불참했고, 2차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그 결과를 알려드리겠다고 했는데도 학부모는 원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경찰에 아동학대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교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두 차례 집단 괴롭힘이 있었던 것을 확인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교사에게 방임죄를 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한 달 치 영상을 추가로 확보해 추가 피해가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제천시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어린이집에 대해 행정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피해 아동은 친구들을 피하고 스스로 얼굴을 때리는 등 불안 증세를 보여 해당 어린이집을 그만둔 상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