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출신 불도저’로 알려진 정준호 신임 대표(사진)가 사령탑을 맡은 롯데백화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 대표는 최근 10년간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부 출신이 맡아온 롯데백화점의 첫 번째 영입 최고경영자(CEO)다.
6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취임한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 기획·전략파트에서 준비한 업무보고를 후속 인사 시기까지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조직 쇄신을 위해 기존 팀의 보고를 반려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새로운 인사들로부터 다른 시각의 보고를 들어보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스스로 현황 파악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보고를 미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2일 전국 점포 점장들과 연 화상회의에서 롯데백화점의 문제점을 내부적으로는 경직된 조직문화, 대외적으로는 세련되지 못한 이미지를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인사를 앞두고 백화점 조직을 진단하면서 조직문화적으로 개선할 점이 많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정 대표도 그 부분을 개선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 대표가 내부적으로는 젊은 조직, 사업적으로는 ‘럭셔리’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 롯데백화점은 정직원 4700여 명 중 40%가량이 20년 이상 근속자일 정도로 ‘올드’한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에는 압도적인 최다 점포 수(30개·신세계 13개, 현대 16개)를 바탕으로 한 내부 직원들의 ‘프라이드’도 높았다. 과거 점포를 내기만 하면 문전성시를 이루던 시절부터 이어져온 문화였다.
신세계 시절 정 대표와 함께 일한 한 인사는 “롯데쇼핑을 사실상 이끌어온 롯데백화점인 만큼 자부심과 순혈주의도 거센 것이 사실”이라며 “정 대표 또한 조직을 쇄신해보겠다는 인사권자의 의도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추진력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일례로 정 대표는 '최소한 해외 사업을 하는 직원은 제2외국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지론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 근무 시절 아르마니 등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최초로 도입한 정 대표는 밀라노 등 유럽 패션 중심지에서 5년 이상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영어와 이탈리아어를 익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정 대표는 직원들에게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업무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해외 브랜드의 가능성을 분석하는 능력 또한 크게 높이길 원한다"고 전했다.
정 대표의 이 같은 강점은 롯데백화점의 진일보를 위한 최적화된 능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당시 "럭셔리화라는 트렌드 대응에 미흡했다"며 반성문을 쓰기도 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