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입으면 다른 속옷 못 입어"…하루 만에 1억어치 팔렸다

입력 2021-11-30 22:00
수정 2021-11-30 22:37

건강함과 본인의 신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바디 포지티브' 트렌드 속에 편안한 속옷을 찾는 여성 소비자가 늘고 있다. 몸매 보정용 와이어가 들어간 브래지어 대신 와이어가 없는 브라렛 등이 속옷업계의 '대세'로 떠올랐다

30일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올해(지난 29일 기준) 언더웨어(속옷)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H&B 스토어 특성상 CJ올리브영 언더웨어 상품군의 90% 이상이 편안함에 중점을 둔 기능성 속옷인 만큼 이 같은 매출 증가는 바디 포지티브 트렌드를 드러낸다는 게 CJ올리브영 측 설명이다.

특히 와이어를 없앤 패치형 브라와 브라렛, 이른바 와이존(서혜부)을 압박하지 않는 여성용 사각팬티·트렁크가 전체 상품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일례로 가슴에 부착하는 실리콘 패치형 브라가 주력 제품인 브랜드 '리무브'의 매출은 지난 3월 CJ올리브영 입점 후 매월 매출이 전월보다 50% 이상 뛰었다.

각 브랜드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라이프스타일 웨어 브랜드 '애니바디'가 올해 3월 출시한 심리스 브라 상품 '편애브라'의 누적 매출은 11월까지 누적 43억원을 돌파했다. 6월 말까지 3개월간 매출이 10억원을 거둔 점에 비춰 시간이 갈수록 판매가 확대된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애니바디가 지난달 20일 패션·뷰티 유튜버 '씬님'과 손잡고 기획전을 열어 선보인 단독 세트 구성 상품의 경우 하루 만에 매출 1억원(7200장)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흥행에 고무된 애니바디는 레깅스, 기능성 티셔츠 등을 더한 액티브 라인을 선보이며 상품군 다양화에 나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에서도 올해 들어 서혜부를 압박하지 않는 여성용 사각팬티 매출이 119% 뛰었다. 브라렛 매출도 42% 증가했다. 특히 날씨가 더운 여름철인 7~8월 수요가 집중돼 브라렛과 사각팬티 매출이 각각 183%, 293% 폭증했다.

이처럼 편안함을 찾는 수요는 국내 속옷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상·하의 세트 구성을 찾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현상이 그 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3~8월 '팬티·브래지어' 세트 상품 매출은 22.9% 급감한 2950억원에 그쳤다. 속옷 시장에서 세트 상품 비중은 예년엔 절반가량(2018년 3~8월 46.8%)이었지만 이 비중이 몇 년 만에 뚝 떨어졌다. 편안한 속옷을 찾는 수요로 몸에 맞춰 상의와 하의 제품을 따로 구매하는 흐름이 반영된 셈이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속옷 선택의 기준이 볼륨이나 디자인이 아닌 실용성과 편안함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