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과 손잡은 배경은?

입력 2021-11-24 16:18
수정 2021-11-25 09:15
이 기사는 11월 24일 16: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과 조건부 경영권 매각 계약을 체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일 대유위니아그룹은 홍 회장측 지분 53.08%와 경영권을 32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단,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와의 소송에서 홍 회장이 승소할 경우에 한해서다. 즉, 한앤코가 맺은 3107억원의 주식매매계약이 무효가 될 경우 대유위니아그룹이 3200억원에 사겠다는 게 핵심이다. 애초 홍 회장측이 한앤코에 요구했던 '백미당 사업부 분할' 및 '홍 회장측 임직원 우대' 등의 조건은 이번 대유와의 계약에선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본 계약 체결 시점에 홍 회장측이 요구할 경우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해 320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체결할 수도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최소 3200억원에 되팔 수 있는 '보험'을 홍 회장이 든 셈이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유위니아그룹은 남양유업의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경영 체질개선에 우선 착수하기로 홍 회장과 합의 하에 세부사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계약이 성사된 건 불과 2~3주 만이다. 지난달 29일 남양유업의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법원이 홍 회장측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승인한 뒤의 일이다. 자신의 측근으로 이사진을 구성하지 못하게 된 홍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에 SOS를 친 것이다. 양측의 계약을 성사시킨 건 한앤컴퍼니와의 법률소송에서 홍 회장측 대리를 맡은 LKB앤파트너스다. 기존 가전사업의 성장이 정체돼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던 대유위니아그룹과 기업 체질개선이 시급한 남양유업이 서로 뜻이 맞아 빠르게 계약이 성사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유위니아그룹관계자는 "팬데믹 시대에 사업 다각화 방안을 고민하던 중 기존 사업과 업종은 다르지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해 남양유업과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해외 100여국에 수출하고 있는 대유위니아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제품력이 우수한 남양유업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M&A)업계에서 가장 관심사였던 '백미당 사업부 분할'은 이번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한앤코와의 계약 불발시 핵심 원인이 백미당 사업부 분할을 주장하던 홍 회장측의 입장 때문이었는데, 이번 대유와의 계약에선 백미당을 달라는 주장을 하지 않은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백미당이 개별 법인이 아닌 사업부이기 때문에 따로 분할해서 법인화하기도 번거로운 데다 적자를 내고 있어 가치평가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홍 회장측 임직원 자리보전 등 기존에 주장했던 내용은 이번 계약에선 빠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결국 홍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과의 계약에서 얻은 건 한앤코보다 93억원 많은 매매금액과 '한앤코에 승소시 더 좋은 값에 팔 수 있다는 안정적 보험'인 셈이다. M&A업계에선 "한앤코와의 장기 소송전을 치르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남양유업의 이미지 및 신뢰 하락, 주가 하락 등의 문제 등을 고려하면 과연 93억원 더 많이 받는 게 얼마나 이득인지 잘 납득이 가진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한앤코와의 소송전에서 홍 회장측은 대유위니아그룹과의 조건부 계약을 앞세워 "이미 지분을 사겠다는 다른 곳과 계약했다"는 주장을 펼 순 있게 됐다. 또 대유위니아그룹이 남양유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재무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는 것도 홍 회장이 얻게 된 이득으로 꼽힌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지난 19일 계약금인 320억원 중 100억원을 홍 회장측에 전달했다. 대유홀딩스를 통해서다. 나머지 220억원은 내달 중 지급할 예정이다. 대유홀딩스의 자회사들이 분담해서 매매대금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은행차입금도 활용할 계획이다. 대유측은 남양유업이 오너리스크를 제외하면 제조력이 탄탄한 좋은 기업이라는 점, 해외 수출 등으로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대유위니아그룹은 위니아전자, 위니아딤채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회사를 키워왔다. 이들 기업을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하는 등 M&A엔 자신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대유위니아그룹 관계자는 "가전사업도 대리점 기반이기 때문에 남양유업의 대리점주들과의 관계 개선, 기업 재무구조 개편 등을 잘 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경영에 도움을 줄 지는 아직 논의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