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급한 LCC '출혈경쟁'

입력 2021-11-22 17:28
수정 2021-11-23 01:10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코로나19 여파로 매분기 수백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보유현금이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 잇단 유상증자에도 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와중에 현금 확보를 위한 항공권 ‘출혈경쟁’이 잇따르고 있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국내 4개 LCC 상장사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개별 기준)은 6672억원에 달한다. 영업손실이 작년 동기(5108억원) 대비 30.6% 늘었다.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의 영업손실이 247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진에어(1533억원) △에어부산(1479억원) △티웨이항공(1186억원) 순이었다. 이들 4개 LCC는 올 3분기에만 225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 수요가 여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LCC들은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잇단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문제는 국제선 수요가 언제 회복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3년은 돼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항공여객 수요가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소 1년 이상 LCC들이 대규모 손실을 버텨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잇단 유상증자에도 LCC의 재무 구조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자기자본(자본총계)이 올 3분기 기준 14억원에 불과하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제주항공의 자본총계는 2184억원에 달했다. 진에어의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19억원까지 떨어졌다.

LCC들은 당장의 현금 마련을 위해 초특가 항공권을 출시하는 등 출혈경쟁을 불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서울은 이날 인천~괌 노선 탑승객 전원에게 제주도 편도항공권을 무료로 주는 프로모션을 한다고 발표했다. 에어부산도 왕복 항공권과 호텔 숙박비가 포함된 7박8일 괌 여행상품을 90만원대에 판매하는 초특가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직전 3박4일 기준 괌 여행상품은 150만원 수준이었다. 티웨이항공도 연말연초에 김포~제주 편도항공권을 1만4000원대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LCC는 대부분 매출을 여객 수요에 의존한다. 항공기를 공항 주기장에 세워놔도 리스료, 인건비 등 고정비가 지출된다.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현금을 확보하려는 이유다. LCC 관계자는 “내년까지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정부의 추가 지원도 없다면 LCC의 연쇄 부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