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선박 기계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금속 재료를 접합할 때 로봇용접기가 쓰인다. 수백 차례 용접하면 용접기 끝부분(용접팁)에 다양한 금속 물질이 녹아 붙고 고온 영향으로 용접팁도 변형돼 용접 품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때 용접팁을 깎고 다듬어 용접기의 성능을 원상 회복시키는 게 산업용 용접팁 연마기의 역할이다.
그간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이 제품을 국내 중소기업 팍스랩이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팍스랩은 2019년 설립된 회사로 국내에서 유일한 산업용 용접팁 연마기(사진) 제작업체로 손꼽힌다. 박정희 팍스랩 대표는 “자체 개발한 산업용 연마기는 무게가 16㎏으로 국내 시판 중인 일본 제품(17~18㎏)보다 가벼워 설치 및 이동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접팁 연마 속도도 일본 제품보다 훨씬 빨라 국내 자동차 생산라인의 용접 속도를 단축시킴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보통 차체 제작용 로봇용접기는 60~100회 용접한 후 연마기로 용접팁을 깎아야 한다. 팍스랩 제품의 용접팁 연마 시간은 대당 0.3초로, 일본 제품(0.8~10초)보다 빠르다는 설명이다.
팍스랩 제품은 연마 작업 과정에서 나오는 용접슬래그(용접칩)가 용접팁에 눌어붙는 현상도 해결했다. 용접칩이 자동으로 떨어지도록 설계한 영향이다. 오랜 시간 사용으로 뜨거워진 용접팁을 냉각시키는 기능도 있다. 철판 용접기뿐 아니라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알루미늄강판 용접기도 연마가 가능하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세계 산업용 용접팁 연마기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업종의 공장에서 약 5만 대가 사용된다.
박 대표는 국내 모기업 연구소장이던 2018년, 용접팁 연마기 국산화에 도전해 2년 만에 성공했다. 당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용접팁 연마기 수입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도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 기계공학 전문가인 박 대표는 “앞으로 자동차뿐 아니라 조선업계로 외연을 확장하고 수출도 추진할 것”이라며 “3년 안에 회사 덩치를 10배로 키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팍스랩은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에 연마기를 공급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