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으로 전력 생산한다"…英 클럽의 신박한 실험 [허세민의 더 나은 지구]

입력 2021-11-09 11:57
수정 2021-11-09 13:07


클럽을 달구는 열기로 전력을 생산하는 실험이 내년 초 시작된다.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본거지 영국 글래스고에서다. 이 클럽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 0)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영국 BBC방송은 8일(현지시간) 신체에서 발산하는 뜨거운 열기를 통해 냉방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글래스고 클럽 'SWG3'를 소개했다. 체온 기반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세계 최초의 클럽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방식으로 SWG3 클럽은 연간 최대 70t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SWG3가 체온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클럽에 입장한 손님과 직원의 체온을 모아 클럽의 160m 지하에 뚫은 구멍 속으로 보낸다. 축적된 에너지는 연결된 에어컨 시스템을 통해 클럽의 열기를 식히는 데 사용된다. 이 에너지는 지하에서 수개월간 저장될 수 있다.



클럽 방문객들의 체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건 영국 에너지업체 타운록에너지를 세운 데이비드 타운샌드였다. 그는 "클럽에 가는 걸 즐긴다"며 "클럽에서 낭비되는 에너지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른바 '바디히트(Bodyheat) 시스템'은 COP26이 개막한 지난달 31일부터 작동될 예정이었지만 내년 1~2월로 운영 시점이 연기됐다. 앤드류 플레밍 브라운 SWG3 전무는 "바디히트 시스템은 기후변화에 대한 혁식적인 기여"라면서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클럽 방문객들의 반응도 좋다. 클럽을 방문한 한 청년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투자 비용이 들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가 있을 것"면서 "다른 클럽들이 따라할 수 있는 선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손님은 "춤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