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가 품는 '코프라'…2500억원 오가는 M&A 뜯어보니

입력 2021-11-09 10:16
수정 2021-11-09 10:17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문제조업체 코프라가 새주인을 맞는다. BGF가 기존 대주주로부터 경영권 지분을 취득할 계획이다. 구주 거래 외에도 유상증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거래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이번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움직이는 자금만 2500억원에 달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경영권 매매를 제외하면 모두 코프라 내부에 돈이 쌓이는 거래들이다. 유증과 CB, BW 유입 대금을 모두 합치면 1000억원에 육박한다. 코프라는 BGF가 투입하는 자금을 밑천 삼아 신규 사업 등 확장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BGF는 코프라 지분 44.3%를 1809억원(유상증자 약 300억원)에 인수하고 CB와 BW 700억원 등 총 2500억원을 투입한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다음 달 22일이다.

코프라 최대주주인 한상용 대표는 최근 특수관계자들과 함께 경영권 지분 734만6174주(34.79%)를 전량 매각하기로 하고 BGF와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2만419원, 총 1500억원 규모다. 지난 4일에 계약금 150억원이 오갔고, 남은 1350억원은 다음달 22일에 지급될 예정이다.

인수 과정은 단순하다. BGF과 현 코프라의 최대주주이자 경영진의 구주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에 오른다. 동시에 추가로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CB, BW를 통해 지분 확보와 현금 곳간을 채울 계획이다.

코프라가 BGF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이번 신주들의 보호예수 또는 권리행사 기간은 내년 12월22일까지다. 이는 당분간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는 없을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코프라는 이번 BGF 대상 자금 조달과 관련해 "유상증자는 연구·개발(R&D), 운영자금, 사업 확장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조달한다"며 "CB와 BW는 제품 개발과 생산 원재료 매입 등 운영자금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프라 기존 경영진들은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 감사 선임 안건이 다뤄진다. 따라서 안건 내용을 통해 새 경영진 인적 구성과 투자 방향, 성장 전략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BGF의 코프라 인수가 중장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전환권 행사가 이뤄질 경우 실질적인 지분율은 50% 중반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코프라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509억원과 115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980억원과 103억원"이라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BGF 입장에서 이번 인수가 가지는 의미는 3가지"라며 "산업재 플라스틱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사업성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했고,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성장을 위한 적극적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편의점과 비편의점 부문의 성장 동력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