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또 다른 시험대에 선다. 3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데다 오는 8일부턴 3개월 보호예수로 묶여있던 물량도 풀리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카카오뱅크가 정부의 대출규제에 따른 성장 둔화를 넘어설 수 있을 만큼 플랫폼 이익을 늘릴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본다.
4일 카카오뱅크는 전거래일 대비 1.01% 오른 6만원에 장을 마쳤다. 소폭 상승 마감했으나 전날(3일) 7%대 급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회복은 요원한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직후인 지난 8월 18일 장중 9만4000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우하향 추세를 면치 못하며 주가가 거의 반토막 났다.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탓이다.
이런 우려에 쐐기를 박은 게 3분기 실적이었다. 지난 2일 카카오뱅크는 3분기 순이익이 5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2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가 컨센서스를 32% 밑돈 수치다. 중저신용자 대출 증가에 따른 대손비용률이 상승한 게 원인이었다.
문제는 곧 보호예수 물량도 시장에 풀린다는 점이다. 오는 5일을 마지막으로 3개월 보호예수로 묶여있던 기관 보유의 카카오뱅크 506만주가 시장에 풀린다. 이는 전체 상장주식수의 약 1%다.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보유확약을 걸었던 넷마블의 762만주와 스카이블루럭셔리인베스트먼트의 762만주도 같이 풀린다. 다 합하면 전체 상장 주식수의 4.3%에 해당한다. 지난 9월 6일에도 1개월 보호예수로 묶여있던 314만주가 시장에 풀리면서 카카오뱅크는 당일 4% 하락을 시작으로 줄곧 하락세를 이어갔던 바 있다.
증권가에선 실적 부진에 보호예수 물량 해제까지 겹친 상황이라 당분간 주가가 급등하긴 어렵다고 본다. 관건은 앞으로 카카오뱅크가 장기적 성장스토리를 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다.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기반의 탄탄한 실적을 증명해 간다면 장기적으론 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반상황을 감안할 때 이 마저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수익 96%가 가계대출 예대마진에서 창출되기 때문에 가계대출 성장률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는 상당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플랫폼 수익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연계대출 역시 2금융권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향후 실적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대출성장성 둔화를 메울 만큼 빠른 속도로 플랫폼 이익을 늘릴 수 있는가가 향후 밸류에이션 결정의 키"라고도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