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정모씨(27)는 최근 학생 지도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선생님이 좋다”며 수시로 개인적인 연락을 하고 찾아오는 학생 탓이다. 선배 교사에게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선생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정씨는 “담임을 맡을 때 어려운 가정사, 고민 등을 들어줬는데 유대감이 과의존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방과 후 연락을 자제해 달라고 말해도 ‘선생님이 절 싫어한다’면서 자해를 하는 등 관심을 유발하는 행동을 지속한다”고 말했다.
교육 과정에서 각종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 학생 인권은 꾸준히 강화됐지만 교권침해 대응 등 교육활동을 보장하는 제도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29일 교원치유지원센터에 따르면 심리상담을 받는 교사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교사의 심리상담 건수는 2018년 5976건에서 지난해 8486건으로 늘었다. 법률 지원을 받는 교사도 같은 기간 1914건에서 3981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교원치유지원센터는 교사의 심리상담과 법률 지원 등을 제공하는 시설로 2017년부터 운영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 보호 및 지원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되는 추세”라며 “교육활동 침해뿐 아니라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한 지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요즘 학교’의 문제점을 토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현직 고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받은 욕설을 낱낱이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27일에는 6학년 학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교사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6학년 학생이 교사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선생님 XX에 XX 넣어도 돼요?”라는 내용이 포함돼 충격을 줬다.
전문가들은 교사가 학생 지도에 갈수록 어려움을 겪는 만큼 학교 차원의 매뉴얼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현행 교권보호위원회 등 교원침해 대응 제도는 위원회를 소집하기까지 시일이 걸리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