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농협·우리금융 등 5대 금융지주는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인수의향서(LOI)를 최종적으로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승계 없이 씨티은행의 자산관리(WM) 부문과 씨티카드의 자산만 끌어오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이 아니면 높은 인건비 때문에 ‘매력’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들 대형은행을 제외한 ‘4곳 이상의 금융사’가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WM 및 카드 중요 인력에 대한 일부 고용승계를 놓고 타협점을 찾으려 했지만 인수후보자들이 인수의사를 철회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6월 3일로 마감된 한국씨티은행 LOI 접수를 앞두고 계열사 임원을 소집해 의견을 물었다. 이 자리에서 계열사들은 P&A 방식이 아니면 인수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모았다. LOI는 실사와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이어지는 기업 매각 단계에서 첫 단추에 해당하는 절차다.
당초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됐던 현대카드도 씨티카드 인수를 위한 LOI를 제출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인건비를 고려했을 때 한국씨티은행이 제안한 4000억원의 비싼 매각가가 과도하다는 판단이 많았다”고 말했다.
인수 유력후보군으로 거론됐던 KB금융도 LOI를 제출하지 않았다. KB금융은 해외펀드 상품 선정 노하우와 상품의 다양성 등에서 강점을 지닌 WM 부문에 관심을 보였었다. 하지만 상당수 고객이 대형은행과 ‘중복거래’를 하고 있어 굳이 높은 가격에 인수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형은행에 계좌가 없는 씨티은행 고객이 있다고 해도 그런 고액자산그룹을 끌어올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씨티그룹과 연결된 ‘외국계 은행’이라는 강점을 보고 거래하는 고액자산가의 수요를 국내 은행이 충족시키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농협금융도 비슷한 이유로 한국씨티은행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소비자금융 부문 전체를 매각하는 ‘통매각’ 외에 WM조직과 씨티카드를 따로 떼서 매각하는 ‘분리매각’도 검토됐지만 고용승계가 발목을 잡았다. ‘4곳 이상의 금융사’가 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WM부문과 씨티카드에서도 일부 중요 인력만 승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