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할말도 없는데"…카카오 김범수 '사상최초' 국감 3번 출석

입력 2021-10-15 11:28
수정 2021-10-15 11:30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만 벌써 세 번째다. 기업 총수가 한 국감에 증인으로 세 번이나 서는 건 전무후무한 일로, "정부와 행정기관을 견제해야 할 국감이 지나치게 기업인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과방위, 국감 증인으로 김범수 채택15일 정보기술(IT)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과방위는 전날 저녁 여야 합의로 김 의장을 비롯한 6명의 증인 추가 채택 건을 의결했다. 과방위 증인 명단에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박대준 쿠팡 대표,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도 포함됐다.


김 의장은 이미 지난 5일 정무위원회, 7일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 국감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과방위에선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김 의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 의원은 포털 인공지능 알고리즘 검증과 중소 콘텐츠 업체 상생, 과다 수수료에 대해 질의한다는 방침. 하지만 이 내용은 이미 앞선 두 차례 국감에서 다뤄진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규제 강화와 관련해선 정무위와 과방위의 중복 규제 우려 목소리도 있다. 여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플랫폼 규제를 정무위와 과방위에서 논의 중인데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 영역이 겹치는 것도 있다"며 "현재 시스템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체계자구 심사를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무위와 과방위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합동회의를 열어서 해야지, 입법 경쟁하면 상당한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김범수, 또 부르면 역효과 날 수도"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영향력이 커진 플랫폼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지만 정부를 견제하는 게 주목적인 국감에서 기업인이 주요 타깃이 됐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경제계는 플랫폼 기업의 수익 모델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일부 정치인들의 시각도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정무위, 7일 산자위 국감은 '김범수 국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야 의원들은 김 의장을 상대로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김 의장은 "논란을 일으킨 점 사과드린다", "명심하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골목상권을 절대 침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성장에 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통렬히 반성한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뼈를 깎는 심정으로 하겠다"며 거듭 몸을 낮췄다.


김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산 분리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케이큐브홀딩스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할 것이고 그 일정을 더 앞당길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카카오 관련 이슈가 이미 국감에서 다뤄졌음에도 과방위가 또 다시 김 의장을 국감에 부르면서 정보기술(IT) 업계에선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발이 흘러나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빅테크 반감' 여론을 의식해 호통 위주의 보여주기식 국감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기업 총수가 한 국감에서 세 번이나 출석하는 건 전례가 없다"며 "김 의장의 경우 이미 두 번이나 국감에 출석하는 성의를 보였고 문제가 된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한 시정을 약속했다. 그런데 또 국감에 부르면 인기를 노린 '정치적 행위'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IT 업계 관계자도 "결국 한 얘기 또 하지 않겠나, 더 나올 말이 없는데 세 번이나 부르는 건 기업 총수 망신주기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면서 "IT 업계 전체 사기가 저하될 수 있는 문제다. 기업이 기여한 면도 국감에서 다뤄졌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