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에 데이비드 카드·조슈아 앵그리스트·휘도 임번스

입력 2021-10-11 21:41
수정 2021-10-12 01:54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노동경제학 발전에 기여한 데이비드 카드 UC버클리 교수(65), 인과관계 분석을 통해 경제학 방법론의 지평을 넓힌 조슈아 앵그리스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61)와 휘도 임번스 스탠퍼드대 교수(58)에게 돌아갔다. 카드 교수가 캐나다 출신이고 앵그리스트 교수는 이스라엘계, 임번스 교수는 네덜란드계지만 모두 미국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게 공통점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1일 카드, 앵그리스트, 임번스 등 세 교수를 2021년 제53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196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이 시작된 이후 3명의 학자가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것은 이번이 여덟 번째다.

노벨위원회는 카드 교수에 대해 “실증 연구로 노동경제학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앵그리스트 교수와 임번스 교수에 대해선 “인과관계 분석에 대한 방법론적 기여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카드 교수는 최저임금과 고용의 관계 등을 밝혀 유명해졌다”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경제학 교과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해서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앵그리스트 교수와 임번스 교수는 노동경제학 변수와 결과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방법론을 설계한 계량경제학의 대가들”이라며 “수많은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교육과 임금의 관계를 밝혀낸 것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김세익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다르게 실험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두 경제학자는 계량경제학을 바탕으로 이 같은 실험의 한계를 극복하는 도구변수추정법 등의 기법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도구변수추정법은 예컨대 교육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교육 외에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나이, 성별 등의 변수를 통제하는 기법이다.

1956년생으로 캐나다에서 태어난 카드 교수는 1983년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시카고대를 거쳐 UC버클리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1995년에는 40세 미만 유망 경제학자에게 주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기도 했다. 최저임금, 이민자, 임금 분석에서 눈에 띄는 결과물을 자주 발표하며 학계는 물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1994년 발표한 최저임금 실증 분석 논문이 가장 많이 인용된다. 이 논문에서 1992년 2월 시간당 최저임금을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18.8% 올린 미국 뉴저지주의 패스트푸드업계를 연구했다. 분석 결과 최저임금을 올린 뒤에도 고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을 옹호하는 연구로 통한다. 다만 경제학계에선 임금과 고용은 역의 관계며, 특정 상황에선 역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앵그리스트 교수는 이스라엘계 미국인으로 1987년과 1989년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부터 MIT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계량경제학과 노동경제학이 주전공이다. 노동경제학 분야에서 스타 경제학자로 통한다. 그는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여성 경제학자 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의 박사 과정을 지도했다. 네덜란드계 미국인인 임번스 교수는 1991년 브라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대, UCLA, UC버클리 등을 거치면서 연구를 이어갔다. 계량경제학을 주전공으로 하고 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상금(1000만크로나·약 13억5000만원) 가운데 절반은 카드 교수에게 돌아간다. 연구 분야가 같은 앵그리스트와 임번스가 나머지 절반을 반씩 받는다. 임번스 교수는 수상 직후 “정말 짜릿했다”며 “앵그리스트는 내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설 만큼 친한 친구”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세 교수는 교단과 학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화령 KDI 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카드 교수에 대해 “그의 수업은 늘 학생들로 꽉 찰 만큼 인기가 높았다”고 회상했다. MIT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안 소장은 앵그리스트 교수에 대해 “겸손하면서도 온아한 성품으로 경제학계의 존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노경목/김소현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