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못 받았는데 稅감면 혜택은요?

입력 2021-10-05 18:19
수정 2021-10-06 03:33
기아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은 월 2500대가량 생산된다. 이 차량의 주문량은 지난달 말 기준 4만1300여 대다. 주문 물량이 다 해소되려면 적어도 11개월이 걸린다.

진짜 문제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감면이 종료되는 내년에 벌어진다. 내년 초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주문해도 세제 혜택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구매 고객이 내연기관차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세금 감면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을 계약한 고객은 17만3000여 명에 달하지만, 이 중 차량을 받은 사람은 절반인 9만2000여 명뿐이다.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는 9개월 이상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나머지 차량도 6개월 대기는 기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하겠다고 신청한 소비자 중 절반 이상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선 세금 감면을 못 받아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기한 이들 중 다수는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세금 감면이 사라지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최대한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차량 가격이 비싸 보조금 없이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최근 연료 생산부터 배터리 제조, 주행 등 전 과정을 살펴보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정부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하이브리드 차량을 2025년 150만 대, 2030년 400만 대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개소세 감면을 연장하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선동 국민의힘 의원 등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지난 7월 당초 계획(올해 말)에서 1년만 연장하겠다고 못 박았다. 업계 관계자는 “5년 정도 세제 혜택을 주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