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진짜 위기는 헝다 사태 아닌 전력난"

입력 2021-09-27 17:21
수정 2021-10-26 00:01

중국 장쑤성 장자강시에 있는 포스코 스테인리스 공장은 지난 21일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전기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장쑤성 당국은 포스코 등 지역 내 전기 사용량이 많은 공장들에 “10월 7일까지 전기 공급을 중단한다”며 “단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통보했다.

포스코 측은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가 끝나면 전기 공급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기업 중에선 전력난 장기화에 대비해 직원들을 한 달씩 휴직시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27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남부지방의 이상 고온, 석탄·천연가스 가격 급등, 공장 가동률 상승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중국 전역에서 전력난이 심해지고 있다. 22개 성 가운데 16개 성에서 전력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하는 남동부 제조업 벨트 광둥·장쑤·저장성이 적극적으로 단전에 나서면서 중국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각 성은 중국 전역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한 23일을 기점으로 공장들에 가동 중단 명령을 내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력난이 중국 경제에 주는 충격은 헝다그룹 사태보다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광둥성은 관공서에 에어컨 온도를 26도 이상으로 맞추고, 3층 이하는 걸어다니라는 공문까지 내려보냈다. 선전시는 1주일에 나흘만 공장을 돌리도록 했고, 산터우시는 이달 말까지 전체 공장에 가동을 멈추도록 했다. 둥관시는 철강 등 전력 소비가 많은 공장들에 오후 8시 이후 전기 공급을 끊었다. 야간작업이 중단돼 공장들은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했고 가동률은 반토막났다.

포스코 공장이 있는 장쑤성도 지역 내 공장에 단전 조치를 통보했다. 대만 합작회사들이 몰려 있는 쿤산시는 25일 밤 시내 모든 기업과 무역업체에 30일까지 가동 중단을 요구했다. 실질적으로는 국경절 연휴가 끝나는 다음달 7일까지 조업 중단 조치가 이어지게 된다.

동북 3성의 전력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랴오닝성 선양에선 23일 도로 신호등이 꺼져 극심한 교통 혼잡이 발생했다. 지린성은 내년 3월까지 전력 부족으로 단전·단수가 일상화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일부 도시에선 사흘 연속 정전 사태도 벌어졌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가 반등해 기업의 전력 소비가 늘어난 상황에서 올해에는 이상고온까지 겹쳐 전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중국 정부가 에너지 절감 정책을 펴는 것도 전력 공급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전력난이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에 따른 ‘자충수’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여전히 전체 전력의 70%를 화력발전에 의존한다. 화력에서 석탄 비중은 90%에 달한다. 전체 발전량의 60% 이상을 석탄화력이 차지하는 셈이다. 중국 내 석탄 생산이 부족해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석탄 가운데 호주산은 작년까지만 해도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올해 수입은 ‘0’으로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 기원론부터 시작된 양국 갈등으로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국의 발전용 석탄 가격은 올초 t당 695위안에서 지난주 1086위안으로 50% 넘게 뛰었다. 대부분 발전사가 발전기를 돌릴수록 손해가 쌓이는 상황인 데다 재고까지 소진되면서 발전기 가동을 중단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