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황반변성 치료제, 유럽 이어 美 뚫었다

입력 2021-09-22 17:42
수정 2021-09-23 01:25

황반변성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탓에 고령화와 맞물려 환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지난해 12조7000억원이었던 시장이 2028년에는 21조원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글로벌데이터)이 나올 정도다.

이런 시장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체 개발한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우비즈’로 유럽에 이어 미국 판매허가를 받은 것. 복제약이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을 뚫은 건 이 제품이 처음이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루센티스와 ‘아일리아’ 등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종근당 셀트리온 삼천당제약 등 다른 제약사들도 빠른 시일 내에 임상을 끝내고 판매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짰다. 삼성 “내년 6월 미국 판매 시작”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바이우비즈에 대한 판매 허가를 받았다고 22일 발표했다. FDA 벽을 넘어선 ‘1호 황반변성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다. 지난달 유럽 판매 허가도 승인받은 만큼 세계 양대 시장을 모두 뚫게 됐다.

황반변성 치료제는 국내외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이 군침을 삼키는 대표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등 주요 9개국에서만 12조7000억원(루센티스 4조원, 아일리아 8조7000억원)어치나 팔렸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는 2028년 시장 규모가 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두 제품 중 늦게 나온 아일리아는 8~16주에 한 번씩만 투여하면 돼 4주마다 맞아야 하는 루센티스보다 편의성이 뛰어나다. ‘형’인 루센티스는 안전성을 검증받았다는 게 강점이다.

바이우비즈 판매는 내년 6월 시작될 예정이다. 루센티스의 미국 물질특허는 지난해 6월 끝났지만 개발사인 제넨텍이 특허 보호 전략을 구사하면서 추가보호증명(SPC)을 걸어놨기 때문이다. SPC는 신약 개발사에 품목 허가 등에 소요한 시간을 감안해 특허 보호 기간을 별도 연장해주는 제도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제넨텍과 협의해 SPC 만료 시점 이전인 내년 6월부터 미국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유럽 물질 특허는 내년 7월 끝난다.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아일리아 복제약 임상 3상 국내만 3곳다른 국내 기업들도 황반변성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종근당은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CKD-701’에 대한 국내 임상 3상을 마치고 지난 7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임상 3상에서 기존 약과 치료 효과가 동등하게 나타났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국내에선 루센티스 특허가 2018년 끝난 만큼 개발에 성공하면 곧바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루센티스보다 덩치가 2배 이상 큰 아일리아에 대해선 국내 4개사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다. 아일리아는 미국에서 2023년, 유럽에서 2025년 특허가 끝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B15’의 10개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내년 2분기 중 완료가 목표다. 셀트리온은 13개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 3상을 내년 하반기에 마칠 계획이다. 삼천당제약도 내년 2분기 완료를 목표로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알테오젠도 1호 바이오시밀러를 아일리아로 잡았다.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연말에 해외에서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제형으로 미국, 유럽에서 특허를 등록하고 열에 변성되는 정도를 낮춰 제품을 차별화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