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쿠팡 주가가 연일 하락세다. 30달러대가 깨지며 공모가(35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수혜를 입었던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 쿠팡에 대한 국내 입법 규제 우려까지 등장했다. 쿠팡의 주요 투자자였던 소프트뱅크까지 대규모 매도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겹악재가 됐다. 흑자전환과 사업 다각화 기대로 밝았던 중·장기 시각도 흔들리는 분위기다.30달러도 붕괴쿠팡 주가는 21일(현지시간) 0.93% 내린 28.87달러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저가다. 지난달 27일 30달러대가 최초로 깨진 이후 주가가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한달 간 12%, 6개월간 30% 넘게 빠지며 하락일변도다. 상장 초기 100조원을 넘기기도했던 시가총액은 59조원대로 줄었다.
수급 환경이 좋지 않다. 상장 과정에서 매각이 안되도록 설정됐던 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풀리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쿠팡 주가 5700만주를 주당 29.685달러에 매각했다. 16억9000만달러(약 2조원)어치다.
소프트뱅크는 2015년과 2018년에 걸쳐 쿠팡에 30억 달러를 투자해 클래스A 기준 37%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만 하더라도 “지분을 팔지 않겠다”던 소프트뱅크가 보호예수가 풀리자마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성장률 둔화 우려수급만으로는 주가의 추세적 하락세를 설명하기 어렵다. 성장성이 뚜렷하다면 수급상 우려가 있더라도 주가는 회복하기 마련이다. 지금은 중·장기 추세선까지 하락세로 반등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미국 투자자들은 쿠팡을 전자상거래 업체 중 하나로 본다.
플랫폼 업체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주)을 부여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미국 내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심리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단 뜻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내 소매 거래 중 전자상거래를 통한 소비 비중은 지난해 5월 15.7%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 하락, 13%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수혜를 입었던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성장률이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전자상거래 ETF인 ‘프로셰어 온라인 리테일 ETF(ONLN)’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이 -16%로 S&P500(13%) 지수와 반대로 움직인 이유기도 하다.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도 마찬가지 우려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월별 온라인쇼핑 거래액 비중은 지난 7월 기준 약 36%다. 지난해 초 30%에서 연말에 37% 가까이 올랐다가 올해는 비중이 정점을 찍고 꺾인 모양새다.
쿠팡 이츠와 관련있는 국내 음식배달서비스도 성장률 둔화상태다. 지난해 80%~100%였던 월별 전년 대비 성장률이 60% 밑으로 떨어져있다.여기에 국내 입법규제도 고개를 들었다. 국회가 플랫폼 규제 법안을 본격 다루기 시작했다. 쿠팡이 상장 신청 당시 언급했던 사업상 위험 요인이다.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에 강한승 쿠팡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쿠팡이츠 배달 수수료 등 플랫폼 규제 관련이다.주가 전망은쿠팡이 적자기업임에도 최고 10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할 수 있었던 전자상거래 시장의 구조적 성장세와 쿠팡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미래에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현 주가에 반영됐단 뜻이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 속도가 투자자들 기대에 못 미치게 되면 주가는 먼 미래의 이익을 주가에 반영하기가 어려워진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낮아진단 얘기다. 쿠팡은 2022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평균이 주당 -0.07달러 수준으로 1개월전(-0.08달러)보다 소폭 악화했다.
증권업계에서 사업 다각화와 빠른 수익성 개선을 쿠팡의 과제로 입모아 꼽는 이유다. 사업 다각화로 성장 동력을 공급받고 빠른 수익성 개선으로 밸류에이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임수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매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주가 수준 우려가 있다”며 “투자심리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와 수익성 개선의 가시화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현 주가 수준은 매력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월가에서 평가하는 쿠팡의 목표주가 평균은 45.33달러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었다. 쿠팡은 적자상태라 주가수익비율(PER)이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PSR(주가 매출비율)로 밸류에이션을 평가한다.
이를 놓고 보면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 등 주요 전자상거래 중 가장 낮다. 전체 시장의 규모(TAM)가 상대적으로 작은 이유도 있다. 쿠팡이 해외진출 등을 통해 TAM을 키우면 밸류에이션 격차를 점차 축소할 것으로 증권업계가 보는 이유다.
쿠팡 내부에서도 현 시장상황을 이익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시기로 인식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에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남아 시장도 미래 먹거리다. B2B(기업간거래) 시장 진출도 예상된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