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14일부터 파업을 예고했다. 13일 오후부터 노사가 협상을 진행했지만 막판까지 입장차이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정부가 재정 투입에 나설 때까지 장기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협상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인력감축 등 ‘땜빵식 처방’이 아니라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그간 다섯 차례 대화를 나눴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의 핵심 요구는 구조조정 철회, 무임수송 손실 국비 보전 등이다. 이에 반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6월 직원 1539명(전체 직원의 9.2%)을 감축하는 방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손실 규모가 계속되는 데 따른 조치다.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등의 요인으로 인한 이용객 감소로 지난해 1조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예상 손실 규모도 1조6000억원에 달한다. 노조 측은 “주요 손실 원인이 무임수송 증가와 코로나19 등인 것을 감안해 정부와 서울시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결정할 실질적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와 서울시 등은 서울교통공사의 고통분담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에선 ‘무임수송 손실 보전 사례를 남길 수 없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업이 시작되면 14일 첫 차 운행부터 적용된다. 승무원을 제외한 사무직 부서원 등이 오전 9시부터 순번을 정해 파업한다. 다만 모든 지하철이 운행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은 2008년 도입된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따라 파업 시 전체 인력의 30% 수준의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서울시는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하기로 했다. 출퇴근 시간 열차는 정상 운행하고, 나머지 시간대의 열차 운행률을 평소의 72.6~79.8% 수준으로 유지하는 식이다. 퇴직자·협력업체 직원 등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시 직원 150여 명을 역사지원 근무요원으로 배치한다.
그러나 파업이 1주일을 넘기면 열차 운행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전신인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 노조는 2016년 역대 가장 긴 74일간 부분 파업을 한 적이 있다.
일각에선 전국 지하철의 연쇄파업 현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을 예고했다. 화물연대는 다음달 12~17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한다. 안전운임 일몰제를 폐지하고, 안전운임을 전 차종으로 확대하는 게 요구사항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