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中 헝다그룹, 빌딩으로도 밀린 공사대금 못 갚아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입력 2021-09-08 16:59
수정 2021-09-08 17:05

중국 당국의 부동산 옥죄기에 코너로 몰린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이 협력업체들에게 공사대금을 현물(빌딩)로 갚고 있으나 이마저도 부족해 유동성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제매체 차이신이 8일 보도했다.

헝다의 협력사 중 하나인 페인트업체 산커슈(상하이. 603737)는 이미 상환 기일이 지난 헝다 발행 CP 3억3600만위안(약 606억원)어치를 갖고 있으며, 헝다는 이 가운데 2억3500만위안을 건물(2억2000만)과 현금(1500만위안)으로 갚겠다고 제안했다. 헝다가 현물로 갚기로 한 빌딩 3채는 모두 건설 중이다. 후베이성에서 건설 중인 두 동은 각각 2022년과 2024년에 완공된다. 선전에서 짓고 있는 한 동은 2023년 완공 예정이다.

산커슈는 이 외에도 아직 만기가 오지 않은 CP 5억6200만위안어치를 더 들고 있다. 산커슈 측은 "헝다의 재무 상태를 볼 때 건물로 갚겠다는 제안을 수용할 계획"이라며 "나머지 채권을 상환받지 못하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신은 "잘 알려지지 않은 페인트업체에까지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한 사례는 헝다의 재무 상황은 물론 대기업의 부채 문제가 더 넓은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산커슈 외에도 광톈그룹(선전. 002482), 졘이(선전. 002789), 뤼허건설(선전. 002620) 등의 건설 관련 기업들이 헝다로부터 받아야 할 채권이 8940만~3억3500만위안에 달한다고 공시했다.

인민은행과 중국 은행보험감독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지난달 헝다의 경영진을 소환해 채무 위험을 해소하고 부동산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헝다는 차입에 의존해 부동산 사업을 벌여온데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등 신사업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다가 중국 당국이 빈부 격차 해소를 내걸고 부동산 가격 통제에 나서면서 사업 환경이 급속히 악화됐다.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 헝다그룹(03333) 주가는 이날 장중 3.7홍콩달러로 올해 1월 고점(17.08홍콩달러) 대비 3분의 1로 내려갔다.

중국 당국이 주택가격 안정책으로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유입되는 자금을 강력히 통제하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거의 하루에 하나꼴로 파산하는 상황이다.

경제지 시대주보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일까지 중국에서 총 274개의 부동산 개발업체가 파산했다. 올해 파산한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주로 규모가 작은 소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다.

하지만 당국의 고강도 규제 속에서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급랭함에 따라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중국의 부동산 업계 전체가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주민 소득 대비 너무 높게 치솟은 대도시의 주택 가격이 심각한 사회 불안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은 수년 전부터 '주택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주택 가격 안정을 도모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유도에도 코로나19 부양책으로 풀린 유동성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주택 가격이 계속 치솟자 중국은 작년 말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는 것을 차단하는 '3대 레드라인' 제도를 도입하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이 급랭했다.

'3대 레드라인'은 △선수금을 제외한 자산부채비율 70% 미만 △순부채비율(부채에서 유동자산을 뺀 후 자본으로 나눈 비율) 100% 미만 △단기부채 대비 현금성비율 100% 초과 등 부채관리를 위한 기준으로,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신규 대출이 제한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