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재에 공동 대응나선 중·러, 달러 결제 비중 줄인다

입력 2021-09-06 14:10
수정 2021-09-06 14:20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달러화 사용 제한 제재 가능성에 대비해 자국 통화를 활용한 무역 결제를 늘리고 있다.

6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가스 대기업 가즈프롬 산하 정유회사인 가즈프롬네프트는 이달부터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항공기 급유 비용을 달러 대신 위안화와 루블화로 받기 시작했다. 가즈프롬네프트는 중국 내 34개 공항에서 항공유 급유 사업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교역이 늘어나는 가운데 주요 상품들의 자국 통화 결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쑹쿠이 중러지역경제연구소 소장은 "미국이 달러를 제재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중국과 러시아는 무역 안전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달러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부 미국 정치인들은 중국을 글로벌 달러 결제시스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 4월 유럽연합(EU) 의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금융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를 차단하겠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리신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러시아·중앙아시아연구센터 주임은 "미국이 전 세계 결제시스템을 독점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위험을 분산해야 할 이유가 커지고 있다"면서 "양국 간 통화 스와프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국은 2014년 1500억위안(245억달러) 규모의 3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계약은 2017년에 3년 연장됐다.

지난해까지 중국과 러시아 간 교역 규모는 3년 연속 1000억달러(약 116조원)를 넘어섰다. 러시아 중앙은행과 세관당국에 따르면 중·러 양자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17% 이상이며,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 비중은 12%를 넘는다.

중국 인민대 보고서에 따르면 중·러간 교역에서 달러 결제 비중은 2015년 90%에서 지난해 상반기 46%로 떨어진 반면, 위안·루블 결제 비중은 24%로 늘어났다.

중국이 러시아에 수출하는 주요 품목은 휴대전화, 노트북, 자동차 부품 등이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식물성 기름 등이 중국으로 주로 수입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