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평균 0%대’를 유지하던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올리기 시작했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예금금리를 0.2%포인트 인상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국민·신한·하나·농협·우리 등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도 다음주께 예·적금 금리를 비슷한 폭으로 인상할 전망이다.
케이뱅크는 만기에 따라 연 0.7~1.3%인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전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따른 조치다. 인상된 금리는 28일 0시부터 적용된다. 코드K 정기예금은 우대조건과 가입한도 제한이 없는 케이뱅크의 대표 예금 상품이다.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해 예·적금 금리를 소폭 끌어올려왔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의 평균 예·적금 금리는 연초 0.87%에서 5월 0.83%까지 내려갔다가 지난달 0.97%로 반등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30일 예·적금 금리를 0.2~0.3%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농협은행도 다음달 1일 0.05~0.25%포인트 올릴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 금리 동향과 자금 운용 상황을 고려해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다음주께 예·적금 금리를 0.1~0.3%포인트 안팎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카카오뱅크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따라 오르게 된다. 다음주에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일제히 인상되면 10월 15일 발표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에 반영될 전망이다. 코픽스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산정의 주요 지표이기 때문에 10월에 새로 나가는 주택담보대출부터 본격적으로 높아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용대출은 한도가 큰 폭으로 줄어든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별개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가 강화된 영향이다. 이날 국민·신한·우리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은행권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인 시행 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신용대출의 최고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 이하, 연소득의 100%’로,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연소득 이내로 낮췄다. 하나은행은 마이너스통장도 개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로 축소했다. 우리·신한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올초부터 주요 마이너스통장 상품의 한도를 이미 5000만원으로 줄였다.
축소된 신용대출 한도는 모든 은행과 금융사를 통틀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연소득이 5000만원인 사람이 A은행에서 신용대출을 3000만원 받았으면 B은행에서는 2000만원까지만 추가 대출이 가능하게 된다는 뜻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1배 이하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박진우/빈난새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