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가정, 기업은 금융시장을 통해 필요한 돈을 구합니다. 개인이 살다보면, 기업이 장사하다 보면 많은 돈이 필요할 때가 생기기 마련이죠. 경제 주체들은 다양한 이유로 돈의 비용, 즉 이자를 내고라도 목돈을 구하려 합니다. 이 돈으로 집을 사기도 하고, 새로운 투자를 하기도 하지요.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쓰는 것을 대출이라고 하고, 금융사에 돈을 맡기는 것을 저축이라고 하죠.
이 기사는 금융사가 개인과 가계를 대상으로 대출을 갑작스럽게 중단하면서 나타난 후유증과 불만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금융사가 대출을 중단하자 난리가 났습니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과 돈줄을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관심이 어긋나면서 발생한 갈등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개인에 대한 대출을 줄이겠다는 금융당국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빚이 너무 빠르게 늘어난다는 것이죠. 개인을 비롯한 가정이 진 가계 부채 규모는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18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경제 주체 중 하나인 가계의 빚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금융당국은 걱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나 많은 빚을 짊어지고는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에게 감당하지 못할 빚이 있다면 여러분의 몸과 마음, 생활이 망가지듯이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당국이 대출을 줄이는 방법은 많습니다. 아파트를 살 때 빌릴 수 있는 대출 액수 자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만일 1억원이 더 필요해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려 해도 은행이 대출을 조금만 해 주는 거죠. 부동산을 담보로 제시해도 대출해 줄 수 있는 한도를 줄이는 겁니다. 은행 등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은 은행에 지시해서 한도를 줄이라고 명령할 수 있습니다.
마이너스 통장을 쓰던 사람이 계약 만료 후 다시 개설하려 할 때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5000만원까지 마이너스로 쓸 수 있었는데, 새로운 지시에 따라 3000만원만 해 주는 것이죠. 전세 대출 한도도 줄일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신용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가계 부채 규모를 우려하는 이유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 있습니다. 기사에서 보이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들여서 투자)’을 해서라도 한몫 잡겠다는 위험한 투자가 유행을 타면서 2030 젊은 세대의 빚이 446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1년 전에 비해 무려 55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겠다는 2030세대의 성향이 엿보입니다. 이는 2030세대 자체만의 문제가 아닌 듯합니다. 집값이 너무 올라 2030세대가 절망감을 느끼고 있고, 투기적으로 급등한 비트코인 열풍에 휩쓸린 탓입니다.
대출 규모는 동전의 양면처럼 반대쪽에 충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돈을 빌려 집을 사려던 계획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가진 돈에다 대출을 보태 지금이라도 집을 사려고 했던 사람은 대출 중단으로 계획을 포기해야 합니다. 또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에 계속 살려면 전셋값을 올려줘야 하고, 오른 전세비를 대출로 메우려던 실수요자도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대출 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은행 창구는 대출 문의와 항의로 들끓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대출을 중단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넘쳐 났습니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대출 중단 수위를 낮추겠다고 했습니다. 가계 부채 규모가 더 이상 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지만, 민심이 무서워서 한 발 뺀 모양새입니다. 그렇다고 대출을 마냥 인심 좋게 해 줄 수는 없는 상태입니다. 가계 부채가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금융당국은 돈을 덜 빌려 쓰도록 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돈줄을 죌 때 쓰는 전형적 방법입니다. 금리가 높으면 돈을 덜 빌려 쓰려 하죠. 그러나 금리를 올리면 가계가 져야 하는 부담이 더 늘어납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금리를 올려 이자를 더 내게 했다간 민심이 돌아서게 되죠. 경제와 정치는 따로 생각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답니다. 탈출구가 안 보이는 국면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① 7월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 부채액이 얼마인지 알아보자.
② 가계부채가 많을 경우 경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보자.
③ 가계부채를 줄이는 방법으로 금리 인상이 있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계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