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지역이 이르면 다음달 초 ‘지하철 대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서울·인천·부산·대구 등 네 곳 지역 지하철 노동조합의 절반 이상이 총파업에 찬성하면서다.
20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시행한 총파업 찬반 투표가 81.6% 찬성으로 가결됐다. 서울·인천·대전·대구·부산·광주 전국 6곳 지하철 노조는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정부의 추가 재정 지원을 요구하면서 총파업 찬반 투표를 했다. 노조법상 무기명 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면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전국 단위 지하철 연대 파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82%) 부산(68%) 대구(80%)도 일제히 가결됐다. 일부 지역 여건상 대전은 22일, 광주는 다음달 초 투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지하철 노조가 당장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시민의 발’인 지하철 운행을 하루아침에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예고 기간 등을 충분히 둘 것”이라며 “22일 각 지역 노조 대표자가 모여 파업 시기 등을 확정하고 23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그 전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방침을 바꾼다면 파업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6월 직원 1539명(전체 직원의 9.2%)을 감축하는 방안을 서울시에 제출한 데 대한 반발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직후 서울교통공사 측에 요구한 ‘경영 효율화’ 방안의 일환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조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 손실 예상 규모는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로 대중교통 이용 수요가 줄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정난이 심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면 인력을 줄여도 문제가 없다는 게 서울교통공사 측 설명이다. 노조는 “6년째 동결된 요금, 노인 무임수송,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늘어난 손실을 인력 감축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파업이 강행되면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할 계획이다. 2008년 도입된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따라 지하철은 노조 파업 시에도 전체 인력의 30% 수준의 최소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 열차는 정상 운행하고 나머지 시간대의 열차 운행률을 평소의 80~85%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파업이 길어지면 열차 운행률이 평소의 70%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