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국내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그린본드(녹색채권) 교환사채(EB)를 해외에 발행했다. 2차전지, 수소사업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친환경 관련 국내외 투자자금 조달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위해 11억유로(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 교환사채를 발행했다고 14일 발표했다. 국내 기업이 자사주를 활용해 발행한 EB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린본드는 기후변화,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관련 투자로 발행 목적을 제한한 채권이다. EB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발행회사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포스코가 유로화로 발행한 그린본드 EB는 만기 5년의 제로쿠폰 본드(이자가 없는 채권)다. 만기 수익률이 -0.78%로 실질적으론 마이너스(-) 금리다. 주식 교환 권리를 부여하는 대신 사실상 돈을 받으면서 돈을 빌리는 셈이다.
포스코는 자사주 293만 주를 그린본드 EB의 교환 대상으로 설정했다. 주당 가치는 49만445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13일 종가 34만1000원에 약 45%의 프리미엄이 붙은 수치다. EB 발행 시 붙는 프리미엄이 통상 10~25%임을 감안하면 시장 평균을 훌쩍 넘은 수준이다.
포스코가 이번 EB 발행에 성공한 것은 배터리, 수소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포스코 EB에 붙은 45%의 프리미엄은 2018년 LG화학이 6억달러 규모의 EB를 발행할 때 받았던 프리미엄과 비슷한 수준이다.
포스코는 그린본드 교환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2차전지, 수소사업 등 친환경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주로 사용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2차전지 소재 사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2030년까지 2차전지 원료인 양극재 40만t, 음극재 26만t 생산 체제를 갖춰 2차전지 소재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수소를 활용해 쇳물을 만들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과 수소 생산 등 수소사업도 강화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위해 계획한 투자 규모만 10조원에 이른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