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의 시계탐구 ②시계의 방수 성능

입력 2021-08-09 05:50
수정 2021-12-31 11:58

정답은 2번이다.

1. 기본적으로 방수가 되는 시계에는 ‘방수 저항(water resistance)’이라는 각인이 들어간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수영을 할 수 있는 시계'라고 볼 수는 없다. 방수 저항은 물의 침투에 대해 밀봉이 되어 있고 이를 검수했다는 의미다. 부가적으로 공기압, 수심 표식이 별도로 들어가야 수영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오답이다.


2. 정답이다. ISO는 국제표준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로 1947년 스위스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산업 분야 표준을 설정해 왔다. 1990년 'ISO 2281:1990'이라는 시계 방수 수준에 관한 표준이 소개됐고 2010년 일부 사항을 변경해 'ISO 22810:2010'으로 대체됐다.
시계 뒷면에 1번의 예처럼 ‘방수 저항’이나 30M이라고 표시되어 있다면 실제 시계를 30m 깊이까지 갖고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공기 중의 습기, 비처럼 우발적인 습기 노출 등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100m 이상은 되어야 수영이나 스노클링을 견딜 수 있는 정도다. 수중 잠수를 견딜 수 있게 제작된 다이버 시계들은 'ISO 6425'의 표준을 따른다.


3. 개스킷은 영구적인 소재가 아니라 교체할 필요가 있는 부품이다. 수도꼭지의 고무패킹과 같은 원리로 시계 전면 크리스탈 가장자리, 시계 후면 케이스백, 크라운이나 푸셔 등 구멍이 있는 모든 곳에 들어간다. 가는 고무 소재로 되어 있는데 영구적인 부품이 아니다. 오래되면 경화되어 시계를 열었을 때 재형태를 유지하지 못한다.
완벽한 밀봉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시계 내부 무브먼트의 스틸 부품이 부식되어 시계를 망칠 수 있다. 쿼츠 시계의 소진된 전지를 교환할 때, 기계식 시계의 분해 및 세척을 할 때 새 개스킷으로 교환해주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래야 한다.



4. 시계의 방수 성능 표시는 압력 단위인 ATM이나 BAR, 미터(M)를 사용하고 브랜드마다 사용하는 방식은 다르다. IWC의 '빅파일럿 43' 시계의 경우 후면 베젤에 물고기 문양과 함께 10 BAR라고 표시했는데 이는 100m와 동일한 개념이다. 오리스의 다이버 시계는 다이얼에 바와 미터 단위를 동시에 표시하고 있다. 오메가도 시계 후면에는 300m로 표기하고 다이얼에는 300m / 1000ft으로 피트 단위를 함께 표시하고 있다.



정희경
<노블레스>, <마담휘가로> 등의 잡지에서 기자, 부편집장을 지냈고 타임포럼 대표를 거쳐 현재 매뉴얼세븐 대표를 맡고 있다.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등 여러 시계업체의 직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2015년부터 고급시계재단(Fondation de la Haute Horlogerie) 아카데미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시계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스위스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 the Grand Prix d’Horlogerie de Geneve)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다. 한경 CFO Insight에 연재하는 문제들은 곧 출간할 <시계지식탐구>에서 발췌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