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만 쏙 빠진 백신 우선접종

입력 2021-08-01 17:50
수정 2021-08-02 00:40
“면세점 종사자들은 백화점, 대형마트와 거의 같은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감염 위험과 공포심은 더 큽니다. 백신 접종에서 차별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집단 감염을 계기로 서울시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종사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을 추진하자 면세점업계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들은 “면세점은 공항에도 입점해 있고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찾는 ‘유통 최전선’인데 백신 접종에서 빠졌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면세점을 찾은 소비자는 60만 명에 달한다. 내국인이 53만여 명, 외국인이 6만여 명이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약 320만 명이 방문했고, 이 중 외국인은 32만 명 수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면 절대적으로 작지 않은 규모”라며 “세계 각지에서 오는 외국인이 포함된 만큼 직원들이 느끼는 공포감도 백화점 등 내국인 대상 업태에 비해 더 크다”고 했다.

서울시가 면세점을 백신 우선접종 대상에서 제외한 건 유통산업발전법에서 규정한 ‘대규모 점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법상 대규모 점포엔 대형마트와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만 포함돼 있다. 하지만 면세점업계에선 “실질적으로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는 대규모 점포인데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융통성이 아쉽다는 얘기다.

면세점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감염 위험뿐만 아니라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지난달 17일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영업 시작 3년 만에 폐업을 결정했다. 연 150억원가량의 임차료조차 내기 버거웠기 때문이다. 하나투어의 자회사인 에스엠면세점도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자진 반납했다.

면세점 직원들은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실적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추가 확진자라도 발생하면 업장을 폐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 하루만 업장을 폐쇄해도 매출 손실은 수백억원에 이른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회복 기대가 꺾인 상황에서 백신 접종 대상에서도 제외돼 심리적인 타격이 크다”는 면세점업계의 한숨이 엄살로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