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인가 싶었는데…MBC 올림픽 중계 논란, 이유 있었다

입력 2021-07-26 09:12
수정 2021-07-26 11:19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부터 부적절한 이미지와 국가 소개로 사고를 치며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MBC가 축구 중계에서도 선을 넘는 자막 사용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두고 MBC의 잇따른 올림픽 중계 논란은 '실수'가 아닌 '인재'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MBC는 올해 1월 스포츠 프로그램 중계 및 제작 기능을 자회사인 MBC 플러스로 이관했다. 김성주, 김정근 등을 배출하며 '스포츠 중계' 명가로 불리던 MBC였기에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당시 MBC 스포츠국 구성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도쿄올림픽을 시작으로 동계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줄줄이 이어지는 빅이벤트들을 준비조차 못 하는 경영진의 '찔러보기'식 접근은 MBC의 경쟁력 약화를 조장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부서 재배치를 강행했고, 도쿄올림픽 개막을 6개월 앞두고 진행된 인사이동에 자막과 영상 데스킹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MBC는 이날 개회식 생중계 중 우크라이나 대표 이미지로 체르노빌 사진을 선택하고, 엘살바도르에는 비트코인 사진, 아이티에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설명과 함께 내전 사진을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이 입장할 땐 마약의 재료가 되는 양귀비를 운반하는 이미지를 쓰고, 미셜 군도 소개로는 '한 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몇몇 국가에 대해서는 조롱 의도가 명백하게 보이는 백신 접종률 등을 설명에 추가하기도 했다.

MBC 측은 결국 방송 말미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선을 넘은 중계는 SNS를 중심으로 각 국가에 소개됐고, 외신에서도 보도되면서 그야말로 국제 망신을 당했다. 결국 MBC는 재차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에게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배포했다.

그럼에도 MBC의 선의 넘은 실수는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한국과 루마니아의 올림픽 국가대표팀 축구 경기에서 루마니아의 자책골이 들어간 후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자막을 사용한 것.

지상파 방송사인 MBC에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MBC의 스포츠 중계 자회사 이관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앞서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드라마 제작에도 손을 놓았다. 이 과정에서 MBC를 지탱하던 유명 연출진들이 줄줄이 사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MBC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는 수목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한 편 뿐이다.

MBC는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제작을 줄이고 효율적인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2019년 1000억 원대 적자에서 이듬해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다. 그렇지만 콘텐츠 질까지 하락하는 악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